대선 향배 가를 변수들
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각축전을 벌이면서 대선 판도는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문·안 후보 경쟁으로 대선은 다시 출발선에 선 모양새다. 대선 향배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를 짚어봤다.
■ 보수의 선택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보수의 몰락이다. ‘박근혜 파면’ 후폭풍으로 당선 가능성 있는 보수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보수층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끈 것은 중도·보수층이다. 대안을 찾지 못한 보수층이 안 후보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의 지속 여부다.
‘비문재인 정서’가 강한 중도·보수층이 안 후보를 차선으로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보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병존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경향신문 대선보도 자문위원)는 9일 “시간이 지나면 보수층이 결집하고, 특히 급박한 안보 상황이 보수 후보를 선택하도록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몰표 사라진 영호남
호남·영남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변수다. 과거 대선은 큰 틀에서 구여권(한국당·바른정당)과 야권(민주당·국민의당)의 양자구도로 치러졌다. 그때마다 영남은 구여권에, 호남은 야권에 몰표를 줬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야(문재인) 대 야(안철수)’ 구도다. 게다가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호남이 지역 기반이다. “누가 되건 정권교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호남의 ‘정권교체 프레임’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호남 지지율 조사에서 문 후보가 여전히 앞서 있긴 하지만, 안 후보도 지지율을 끌어올려 상대적 격차는 줄어들었다.
영남 표심도 보수 후보인 홍·유 후보와 안 후보 쪽으로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거와 같은 몰표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부산·경남은 문·안 후보 고향인 데다 친박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 20·30대 표심은
현재까지 20·30대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50대 이상에서 앞서고 있는 안 후보가 20·30대에서 문 후보를 역전하거나 격차를 좁힐 경우 전체 흐름이 안 후보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20·30대는 2012년 대선 때 안 후보의 핵심 지지층이기도 했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안희정의 20·30대와 안철수의 20·30대는 다르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30대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전이 어디로 튈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문 후보의 아들 특혜 채용 의혹 등을 다른 정당들이 공격했다. 하지만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형성되자 안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준한 교수는 “자질 시비 등이 불거질 경우 지지율이 조정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지지층 결집은
단순 지지율 못지않게 지지층 결집도 중요하다.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해야 표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지층 결집력은 문 후보가 앞서 있다는 게 중론이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고, 중도·보수층에서 문 후보에 앞서 있지만 ‘느슨한 연합군’ 형태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