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이재명, 또 정부 정책 뒤집기

박광연 기자

“세부담 급격히 늘고 복지 지원 탈락도…시세 현실화 속도 조절해야”

20일 당정 협의 주목…전문가들 ‘부동산 정책 신뢰 훼손’ 우려 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도 ‘핀셋’ 완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부동산 세금 제도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불공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 로드맵을 중단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부동산 가격이 예상외로 많이 폭등했기에 국민들 부담이 매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와 기초연금·건강보험료 등 복지 지원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높인다는 정부 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복지 수급 탈락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를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당과 정부에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재산세 산정에 반영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을 유예·재조정하고, 세부담 상한 비율도 낮출 것을 주문했다. 또 “기초연금·장애인연금·기초생활보장 등 여러 복지제도는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가 없다”며 “영향이 큰 제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유사한 ‘조정계수’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언급은 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와 일부 다주택자 종부세 핀셋 완화 방침을 시사한 데 이어,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강화 로드맵까지 건든 것이다. 현 정부가 집값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세율을 높이고 공시가격 인상까지 추진해 유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키웠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대선의 스윙보터인 중도층과 서울·수도권 민심을 잡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특히 매년 3월 중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발표되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 직전 불거질 공시가격 폭등 논란을 사전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정부와 공시가격 관련 당정협의를 열고 관련 논의에 나선다. 이번주 중 의원총회를 열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당내 의견도 수렴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날 “당정협의에서 공시가격 관련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면 그것은 정치권에서 다뤄지는 것이고, 현재 정부에서 공시가격 자체를 낮추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안을 오는 23일 공개한다.

이 후보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고 밝힌 정책 기조의 일관성을 스스로 허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는 전날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고, 국민행복에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후보의 철학은 그대로이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현재 상황에 맞춰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통화에서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1~2년도 안 돼서 흐트러뜨리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된다”며 “공시가격을 재검토하면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기에 불공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재산세와 건보료의 경우 부담이 큰 계층을 판단해 개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는 “세율 등 과세는 정치적 논의에 따라 결정될 수 있지만, 과표(과세 기준) 기반이 되는 공시가격은 시장 가격에 가깝게 매기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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