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개혁·개방 어떻게

전병역·송윤경 기자

경제 해결 시급 … 대남·대미 관계 개선이 관건

북한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폭과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29)은 당·군을 거의 장악해 안정적으로 권력승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강성대국이 그의 어깨에 얹어진 것이다.

김 위원장 시대에 비춰볼 때 “개혁·개방 없이 북한 체제가 독자적으로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김정은이 군부 등 반대파를 누르고 대외관계를 개선하며 북한식 개혁·개방을 이뤄내느냐에 강성국가의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북한에서는 내년 1월부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이 있는 4월까지 식량·생필품을 배급할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배급제로 버틸 수가 없어 대외관계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김정은 시대](4) 개혁·개방 어떻게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정은 체제가 아버지 경험에 비춰 개혁·개방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속도와 깊이를 어떻게 가져갈지 의견이 나뉜다. 군부 등 기득권 세력의 이견을 조율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중국식 개혁·개방은 곧 정치·경제·사회 체제의 상당한 변화로 기득권층 반발을 부르기 마련이다.

신의주 경제특구, 화폐 개혁 등 몇 차례 시도가 실패했지만, 북한 내에서는 이미 ‘경제관리개선’이나 ‘현대화’로 표현되는 변화가 시작됐다. 2002년 도입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시장과 계획경제의 결합이 진행돼 제한적이나마 시장이 열려 있다.

경제특구를 활용한 거점 개발식 대외개방도 기본틀이다. 북한이 지난 6월 중국과 함께 황금평, 라선을 경제특구로 개발키로 하고 착공식을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라선특구는 중국이 적극적이어서 전망이 좋은 편이다. 황금평은 내년 3월쯤 첫 삽을 뜰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 장의위원회 명단에 오른 경제분야의 핵심인사들 면면에서도 방향이 감지된다. 7·1조치 이후 밀려난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측근인 박봉주 전 내각총리, 리철 합영투자위원장, 최룡해·태종수 당 비서 등이 김정은 체제의 핵심으로 중용됐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은 생필품 같은 분야를 챙기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7·1조치 때는 반대파 세력이 강했고 당국도 준비가 안됐지만, 새 지도부는 적극 경제개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황금평·라선특구 같은 곳부터 순차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라선특구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군부가 지분을 갖도록 참여시킨 것도 반발을 무마하는 장치라고 평했다.

김정은으로선 시장 발달 등 개혁·개방이 체제 안정성을 위협하며 충돌하는 문제도 고려할 대상이다. 홍익표 연구원은 “둘은 양날의 칼”이라며 “베트남처럼 개혁·개방 성과가 사회주의 정권의 지지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개혁·개방은 대중국 의존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은 중국에 의존하며 개혁·개방 속도와 폭이 제약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봉쇄·제재를 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어떻게 쉽게 문을 여느냐”며 “남북, 북·미 관계를 풀 때 북을 제대로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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