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는 없고 치적만 가득한 ‘18년6개월의 기록’

이혜인 기자

박정희 기념관 뭘 담았나

22일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은 전시실 입구부터 웅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거대한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전시실 곳곳에는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담은 18년6개월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전시한 제1전시실에는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내용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동영상과 새마을운동 동영상이 나왔다.

제2전시실 중앙에 있는 ‘박 대통령 시대의 종합발전상’ 전시장은 그의 업적을 화려한 영상으로 재현했다.

공업단지와 수출자유지역, 댐과 수력발전소 등 벽에 붙은 분야별 버튼을 누를 때마다 관람객을 둘러싼 사방의 스크린에서 관련 동영상이 재생됐다. 버튼 옆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근대화는 성공하였고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폐허의 땅에서 세계 속 경제강국으로 급부상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제3전시실은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 친필 문서, 의복, 취미생활에 쓰였던 사진기 등이 전시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생전 과오를 담은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1975년 8명의 민간인을 해친 인혁당 사건이나 유신체제 선포 등 기록은 없다.

박정희 기념관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정희기념사업회에 건설자금을 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착공했다.

서울시는 기념사업회가 도서관을 지어 운영을 맡되 완공 후 기부채납을 통해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상암동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국고보조금 208억원 중 170억원을 회수해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4년 가까운 소송 끝에 보조금 전액 회수는 부당하는 판결을 받아 2010년 3월 공사를 재개했다.

이명박 정부가 174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하면서 작년 11월 도서관이 완공됐다. 건물은 연면적 5290㎡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된 이날 전시관에는 박 전 대통령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았다. 이날 하루 동안 600여명의 방문객이 기념관을 찾았다.

조홍래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전문위원은 “전시물에 페인트칠을 하는 식으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경호원을 배치했지만 돌발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안경호 4·19 통일평화재단 조사실장은 “인권유린과 사법살인 등 수많은 과오를 저지른 인물에 대해 전체 국민의 뜻을 수렴하지 않고 기념관을 세운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예산이 들어간 건물이 박 전 대통령 개인을 기념하는 데 쓰이는 것은 부당하며 기념관을 공동도서관으로 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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