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자회견', 문재인 정부에서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손제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는 가수 박효신의 ‘야생화’, 윤종신의 ‘지친 하루’,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정인의 ‘오르막길’이 잔잔하게 흘렀다.

내외신 기자 200여명 참석 하에 이날 기자회견은 이전과 달라진 점이 많았다.

우선 기자회견 진행자인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밝혔듯이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정하지 않았다. 방송, 종합 일간지, 지역 일간지, 외신 등 각 매체 분야별로 자체 회의를 통해 대략 질문 주제를 논의하고, 외교·안보, 정치, 경제 등 분야별 질문 순서를 정했을 뿐이었다. 지난 정부 때 짜인 각본대로 대통령 기자회견이 진행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였다.

문 대통령은 어느 언론사 출입기자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을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자리 배치 면에서 책상에 앉은 문 대통령 주변으로 기자들이 둥글게 모여앉아 마주 보는 형식을 취했다. 맨 뒷좌석에 앉은 기자들도 대통령 표정을 잘 볼 수 있었다.

달라진 점만큼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도 많다.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기자들의 기립은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있었다.

이 장면을 외신 기자들은 신기한 듯이 바라봤다. 한 외신기자는 “동양의 문화에서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권위주의적 문화의 한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기자의 질문과 문 대통령의 답변 이후 후속 질문 기회는 없었다. 이 때문에 특정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토론이 이뤄지지는 못하고 문 대통령의 원론적 입장을 듣고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 제약 때문에 곳곳에서 손을 번쩍번쩍 들고 질문 의사를 밝혔던 기자들의 수요를 다 충족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나 국가정보원·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중요한 질문들이 제기되지 못한 것도 운영상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1시간 5분동안 이뤄졌으며 모두 15개 언론사 출입기자들이 15개의 질문을 던졌다. 유형별로는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6건, 정치 2건, 경제 2건, 사회·지역 분야 5건 등으로 나뉘었다.

당초 1시간 내에 회견을 끝낼 예정이었으나 울산 지역 한 언론사 출입기자가 “이 질문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크게 소리치면서 5분이 늘어났다. 울산 지역 현안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에 대해 질문하면서 기자회견 과정에서 누락됐던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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