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트럼프도 침묵하는 ‘레드라인’ 표현…“전쟁 불가” 강조와 배치

손제민 기자

‘레드라인’ 첫 언급

<b>첫 공식 기자회견</b>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첫 공식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다. 레드라인(red line)은 금지선을 의미하는 영어 표현으로 미국이 적국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선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실험이 없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적 수단을 거론하고 있는 미국조차 레드라인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은 기필코 막겠다”는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실전배치하는 것을 공공연한 국가적 목표로 내세웠고, 그 단계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ICBM을 실전배치한다면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서게 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문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시작전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 발언은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되풀이해서 강조한 ‘전쟁불가론’과도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트럼프도 침묵하는 ‘레드라인’ 표현…“전쟁 불가” 강조와 배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한국이 나서서 북한과 전쟁이라도 할 것인지 물을 수 있다”며 “외교적으로 적절한 발언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레드라인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했다가 물러선 적이 있다. 2002년 북한의 영변 핵시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추방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했지만, 북한은 IAEA 사찰단을 추방했다. 이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만은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재처리를 했다. 이후엔 북한 핵 실험이 금지선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2006년 1차 핵 실험으로 맞섰다.

미국이 선을 그을 때마다 북한은 보란 듯이 그 선을 넘었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이 ICBM에 핵무기를 실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상황과 핵 물질을 외국 정부나 테러집단에 넘겨주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해야 한다(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8월11일 뉴욕타임스 기고)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레드라인을 분명히 말하지 않고 있다.

전쟁 불가론도 되풀이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못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받기로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서는 “단호한 결의를 보임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군사적 행동을 실행할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포에 가깝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 당위론을 얘기하면서도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 파견은 그런 분위기가 갖춰지고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가능하다고 했다. 아직은 특사 파견을 검토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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