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언급 ‘신적폐청산’ 표면화···‘전 정권 뒤집기’ 되풀이

유정인 기자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 지우기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 “국민 보호가 국가 첫번째 의무”
사정 정국 → 여당 지원 사격 → 원칙론 강조 패턴 재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반부터 ‘신적폐청산’ 드라이브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적폐청산’을 국정 핵심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기조를 동시다발로 뒤집으면서다. 사정기관 수사→여당의 지원 사격→대통령의 원칙론 강조라는 정권 초 ‘뒤집기’의 공식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대통령실 출근길에 현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전임 정부 입장을 뒤집은 것을 더불어민주당이 ‘신색깔론’이라며 비판한 데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헌법정신을 정부가 솔선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입장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때부터 갖고 있었다. 그 생각이 변함없다”며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의무인데 국민이 의문을 갖고 계시는 게 있으면 정부가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건 문제있지 않나”라고 했다. 원칙론을 내걸되 민주당 반발을 정치공세로 보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누가 얼치기 진보정권의 신적폐를 청산할 수 있겠는가”라며 ‘신적폐청산’을 말했다. 또 “반드시 대한민국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국정 전반의 ‘반문재인’ 기조도 밝혔다.

새 정부 출범 42일째인 이날 현재 신적폐청산 기조는 국정 좌표 곳곳에서 확인된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자진 월북’ 판단을 “근거가 없다”고 뒤집고 감사원 감사에 착수했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기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규제완화·부자감세 기조의 경제정책도 ‘정상화’ 틀에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부자감세 비판에는 “지난 정부 때 징벌과세”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한 안보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외교를 “북한과 중국 눈치보기”로 규정해 ‘정상화’를 말해왔다. 지난달 20일 미·중 외교를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으로 한·미 밀착 외교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정권교체 뒤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정국의 법칙도 재확인됐다. 대통령실의 ‘정상화’ 신호에 맞춰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이를 여당이 측면 지원하면서 진영 간 대결 정국이 확산하면 대통령실이 원칙론을 내세워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는 식이다.

이번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대통령실·국방부·해양경찰청의 입장 발표에 이어 감사원이 곧바로 감사에 착수했고, 전임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두고는 검찰이 잰걸음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며 곧바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 벌어진 북한 관련 다른 문제로 공세를 확대할 태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사건’ 진상규명에도 나설 것”이라며 “당시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는 포승줄로 묶고 안대를 씌워 강제 추방했다. 반헌법적이고 반인륜적인 행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두고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지난 17일)라면서도 재차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에서 전 정부 장관, 청와대 인사,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의원을 두고 수사 움직임이 빨라지는 데는 지난 17일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면서 “정상적 사법 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