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불공정 공천’ 논란···친이재명계의 대처법

박순봉 기자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대표와 최고위원회에 묻고 싶습니다. 정말 이렇게 가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8일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던진 질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을 취재하다 보면, 실제로 기자들도 당 주류 인사들에게 많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계속 커져서 더 이상 잡음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여론조사상 민주당 지지율도 하락세입니다. 본격적인 ‘공천 시즌’ 전인 2월 초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는 총선 승리를 낙관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비주류는 물론 당 주류도 승리를 낙관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의 공천 기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당 주류는 악화하는 공천 파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친이재명(친명)계가 생각하는, 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① 속도전···3월이 오면?

당 주류의 첫 번째 대처법은 ‘3월이 오면’ 전략입니다. 이른바 ‘속도전’입니다. 당 주류는 공천 파열음은 일정 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친문재인계에서 친명계로 당 주류가 바뀌는 필연적 흐름에서 나오는 진통이란 취지입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축구로 따지면 국가대표를 차범근과 황선홍, 홍명보, 박지성으로 계승돼 왔던 것과 같다. 현재 축구 팬들은 홍명보만을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손흥민을 지지한다. 지금은 이재명을 위해 깃발을 치켜들어야 할 때”라고 얘기했습니다. 민주당을 친명 정당으로 바꾸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과정인 만큼 불협화음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도부는 대신 이 과정을 빠르게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주 초에 만난 이 대표 측 인사는 기자에게 “속전속결로 돌파해야 한다. 이번 주말까지 공천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본선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 여야 대진표가 나와서 정권 심판론을 작동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은 시끄러운 경선 과정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큰 관심이 없다. 3월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본격적으로 총선에 투표한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선거 바람이 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빠르게 본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공천 혼란은 잊혀질 것이란 낙관론입니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29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다음주 중 공천 작업이 끝나느냐’는 질문에 “늦어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민주당이 당초 불리하다고 봤던 선거관리위원회 획정안 원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배경 중 하나도 공천 작업 속도전을 위한 준비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획정이 되지 않으면 지역구 공천을 마무리하기 어렵습니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주 중에 공천은 마무리할 거다. 이왕이면 오늘 공천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혹시 안 되더라도 한 번 더 해서 끝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주류는 국민의힘 공천은 실패한 공천이라고 평가합니다. 현역들을 사실상 그대로 올려주는 ‘혁신 없는 공천’이라고 비판합니다. 공천 과정에선 비판을 덜 받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유리할 거라고 봅니다. 한 주류 인사는 기자에게 “국민들이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고, 기성 정치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 공천”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끄럽지만 필연적인(?) 공천 과정만 거치면 본선에선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② 언론이 왜 심판?

두 번째 대응법은 언론 비판입니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기자들에게 했던 얘기를 보면 이는 뚜렷합니다. 이 대표는 서울의 한 피트니스센터를 방문해서 “당내 공천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혼란은 국민의힘이 훨씬 더 심한데 왜 그쪽은 조용한 공천이라는 둥 그렇게 엄호를 하면서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엉터리 그런 왜곡을 하시느냐”고 언론을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공천 갈등이 실제로는 그만큼 크지 않은데 언론이 부각하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표는 또 “언론인 여러분, 공천받으면 친명이 돼버리고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이러면 다 반명, 비명 이렇게 분류하시는 걸 자제해달라”고 했습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하지 않고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와 비슷한 인식을 밝힌 바가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당내 싸움에 능한 친문계가 혁신 공천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언론들도 계파 갈등으로만 보도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③ ‘친명도 배제됐다’

세 번째는 ‘친명도 있다’ 대응입니다. 비명계 공천 배제, 현역평가 하위 20% 통보 등이 부각이 됐을 뿐 친명계 인사들도 많이 공천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에서 “오늘 아마 발표 예정돼 있는 친명계 중진 컷오프는 어떻게 이해하느냐”며 “친명 핵심들이다. 그분들이 건재해야 한데도 불구하고 게임도 링도 못올라보고 컷오프되는, 가슴 아픈 일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 위원장은 단수공천을 받은 인물들 중에 이광재 전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비명계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 민주당 주류 관계자는 기자에게 공천에서 배제됐거나 불출마한 친명계 인사들을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문학진 전 의원, 유승희 전 의원, 김지호 전 이재명 대표실 정무부실장, 정의찬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 강위원 이재명 대표 특보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비명계는 반박합니다. 비명계 인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현역 의원 평가 기준이나 여론조사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한 비명계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총선에서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더라도 친명계만 남기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 대표의 ‘탈당도 자유’라는 말은 탈당하면 오히려 좋다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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