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밖 천체 가는 한국 첫 위성…달까지 최대 9번 ‘궤적 수정’

이정호 기자

달과 지구 직선거리 38만㎞지만
‘156만km 밖까지’ 독특한 경로
‘탄도형 달 전이방식’ 연료 감축

우주 아닌 달로 비행방향 바뀌는
다음달 2일 궤적 수정 가장 중요

‘다누리’는 지구궤도를 벗어나 다른 천체로 보내는 한국의 첫 탐사용 인공위성이다. 달 탐사용 궤도선 다누리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향후 어떤 경로를 거쳐 달에 도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이라는 방법으로 달로 향한다. 지구에서 이륙한 뒤 156만㎞ 떨어진 먼 우주까지 날아갈 예정이다. 한국은 이렇게 멀리 인공적인 우주 물체를 보낸 적이 없다. 지금까지 한국이 만든 인공위성은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모두 지구의 중력에 묶여 있었다는 얘기다.

5일 오전 8시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이륙한 팰컨9 로켓은 발사 40분 뒤 다누리와 분리됐다. 발사 45분 뒤에는 달로 가는 궤적에도 진입했다. BLT라고 부르는, 독특한 비행 경로에 올라타서 본격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발사 92분 뒤인 오전 9시40분에 지상국과는 첫 교신에 성공했다.

다누리는 발사 24시간 뒤에는 ‘고이득 안테나’라고 부르는 접시형 통신장비를 펼친다. 이를 통해 높은 속도로 다량의 데이터를 지상국과 주고받을 계획이다.

발사 이틀 뒤에는 다누리가 달로 향하기 위한 BLT를 정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궤적 수정 기동’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4개월 반 동안 최대 9번 궤적 수정 기동이 실시된다.

가장 중요한 건 다음달 2일 실시될 기동이다. 이때부터 다누리는 비행 방향이 반대로 바뀌어 먼 우주가 아니라 달을 향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다누리는 올해 12월16일 달 궤도에 진입하고, 같은 달 31일부터는 관측 임무를 수행할 고도 100㎞의 달 상공에 안착한다.

다누리가 달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독특한 대목은 이런 BLT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BLT의 특징은 목적지인 달에 가기 위해 달을 훌쩍 지나쳐 먼 우주까지 날아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이다.

사실 BLT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비행 방식이다. 달은 지구에서 38만㎞, 다누리가 찍고 올 우주의 지점은 지구에서 156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달에 가는 방법은 BLT 말고도 있다. ‘직접 전이’는 4~5일이면 달에 다다를 수 있다. 지구에서 달로 직선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날아간다. 미국 아폴로 우주선이 직접전이 방식으로 달에 갔다.

‘위상 전이’도 있다. 지구에서 출발해 공전 궤도를 타원형 형태로 점점 확장하다 달 궤도에 흡수되듯 진입한다. 위상 전이를 쓰면 한 달 정도 걸려 달에 도착한다. 많은 궤도선이 이 방법으로 달에 간다.

그런데도 다누리가 굳이 4개월 반이나 걸리는 우주 비행을 감수하는 BLT를 선택한 건 연료 절감 때문이다. BLT는 비행 동력을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에서 주로 얻는다. 이 때문에 연료 소모가 다른 비행 방식보다 25% 줄어든다.

다누리가 연료를 줄이는 비행 방식을 고른 건 중량이 애초 계획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동체가 무거우면 연료 소모도 많다. 다누리 중량은 개발 전에는 550㎏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678㎏이 됐다.

이렇게 무거워진 다누리로도 달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려면 연료를 줄이는 비행 방식인 BLT가 필요했다.

다누리는 우주에 나아간 뒤 경기 여주의 심우주 지상 안테나와 교신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호주 캔버라,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안테나도 활용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내년 중반쯤 다누리에 남은 연료량을 계산해 임무 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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