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된 관례…모두 바뀌어야 바뀐다

김세훈 기자

(10) 지도자·부모·구단에 당부

[축구판 블랙 커넥션] 만연된 관례…모두 바뀌어야 바뀐다

선수 영입과 관련해 뒷돈을 주고받은 안산 프로축구단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 대표이사, 감독, 강화부장, 에이전트 등 10명이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대학교·초등학교 축구부 감독, 학부모, 최태욱 등도 법원에 선다. 검찰 수사가 1부 리그, 고등학교 등으로 확장하지 못한 건 아쉽다.

이번 사태를 취재하면서 많은 지도자, 부모, 에이전트, 선수, 구단 및 경기단체 직원 등 축구계 인사들을 고루 만났다. “다른 종목에도 만연된 관례다. 은밀한 거래라 뿌리 뽑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래도 기자로서 몇 마디 부탁은 해야겠다.

지도자들은 장사보다는 육성에 힘써야 한다. 월급이 작아서 유혹에 취약하다는 말도 수긍은 간다. 그래도 선수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 시쳇말로 소정의 인사치레는 받을 수 있다 해도 과도한 대가를 요구하는 건 안 된다. 학부모가 낸 회비를 임의로 쓰면 안 된다. 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최소한 “돈 밝히는 XX”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축구부 제왕이 돼서 학부모를 농락하는 짓도 그만두라.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주고 싶겠지만 뇌물을 공여해서는 안 된다. 자식을 위한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식을 망칠 공산도 크다. 뇌물 공여는 다른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는 행동이다. 지도자의 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라. 결국 결정과 책임은 부모와 선수 몫이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직원들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안산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협회, 연맹이 취한 조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방법이 없다” “규정에 없다” “사법 조사가 진행 중이라 손댈 수 없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축구계 컨트롤타워로서 비리에 대한 수수방관은 정체성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행동이다. 에이전트 등록 및 선수 계약 방식 개선, 신입 선수 계약 내용 공개, 이면계약·금품 수수 등에 대한 양형 규정 마련 등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구단은 선수 영입을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 영입 대상 선수들에 대해서 구단과 지도자 전체가 공개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밝힘으로써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영입하기 애매한 선수들을 마치 시한폭탄 돌리듯 여기저기로 떠넘기다 데드라인에 슬쩍 받는 관례, 올해 받을 수 없는 선수를 내년에 받기로 미리 계약하는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 선수(에이전트)와 이면계약도 안 된다. 표준계약과 다른 이면계약을 체결해 수수료를 발생시켜 에이전트에게 지급한 뒤 일부를 받는 것은 배임, 공금 횡령이다.

모기업, 지방자치단체는 지금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구단 행정을 감찰해야 한다. 뒷돈 거래는 표준계약서와 실제 송금 내역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계약금이 발생하는 신입 선수,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누구 의지로 영입됐으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대학은 지도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처우를 열악하게 해놓고 비리 의혹을 이유로 지도자를 자르는 건 책임 회피다.

10회에 걸친 ‘축구판 블랙 커넥션’ 기획을 마무리한다. 추한 비리를 다루는 기사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다시 한번 더 바라는 마음뿐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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