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목 쉬어버린 ‘식빵 언니’ “4강전에선 더 질러야죠”

도쿄 | 윤은용 기자

압박감에 밤잠도 설친 김연경

심판에 격한 항의 ‘1점 페널티’

“경기 흐름 끊고 가려고 했는데

레드카드까지 받게 될 줄은…”

김연경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연경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압박감은 천하의 김연경(33)도 어쩌지 못했다. 평소에는 잘만 오던 잠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밤잠을 설친 피로감은 코트에 서자마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김연경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전에서 28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한국 여자배구를 올림픽 4강으로 이끌었다.

공격성공률이 49.06%로 50%에 육박할 만큼 집중력이 좋았다. 이날 팀내 득점 2~3위였던 박정아(16점), 양효진(11점)의 포인트를 합친 것보다 김연경의 득점이 더 많았다. 그야말로 ‘갓연경’으로 높이 난 하루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연경은 “누가 ‘우리가 4강에 간다’고 생각했겠나. 그런 만큼 4강에 오른 것이 너무도 기쁘다”며 “사실 8강서 만나고 싶은 팀이 터키는 아니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결과가 좋았다. 4강에 오른 만큼 준결승전은 더 잘 준비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김연경은 심판 판정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네트를 흔들고 과격한 말투로 항의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4세트 2-5로 끌려가던 상황에서는 터키의 더블 콘택트 반칙을 주장하며 주심과 맞서다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내주기도 했다.

사실 이날 코트 위에 있던 모든 한국 선수들이 심판 판정에 답답함을 보이던 상황이었다. 김연경이 평소와 달리 과격한 항의를 한 것은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한편 심판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심판 판정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가 항의를 하니까 거기에 따른 보상판정을 하는 게 보였다”며 “그걸 보고 나로서는 항의가 통하는 심판이라고 생각했다. 또 (터키가 주도권을 쥔 상황이어서) 한 번쯤은 맥을 끊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감정적으로만 대응했다기보다는 냉철하게 상황을 읽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다. 김연경은 이 대목에서 “그래도 레드카드까지는 생각 못했다”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이후 9년 만에 다시 맞은 4강 기회를 앞두고 김연경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김연경은 “사실, 눈 잠깐 감았다 뜬 느낌이다. 한 시간 정도? 그 정도 잔 느낌”이라고 했다. 김연경은 또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잘 오던 잠이 안 왔다. 표승주와 룸메이트인데 옆에다 대고 ‘자냐’라고 하니 승주도 못 자겠다고 했다. 가만 보니 나뿐 아니라 다들 잠을 못 이룬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코트에 서자 특유의 파이팅을 연신 외쳤다. 심판에게 항의까지 하느라 결국 목이 쉬었다. 김연경은 “하도 소리를 많이 질렀더니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며 “그래도 4강전에서는 소리를 더 잘 질러야 한다. 목관리를 잘해 목청 높여 소리 지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또 하나 믿는 구석은 팀워크다. 김연경은 4강에 올랐던 2012년 런던 대회 때 선배들과 함께 멋진 승부를 이어갔다. 김연경은 그때와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런던 때 팀워크가 상당히 좋았다”면서도 “언니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이 그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