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겨라’ 벤투의 반전…우루과이를 꽁꽁 묶었다

알라이얀 | 황민국 기자

경기력으로 증명한 ‘마이웨이’

볼 지켜라!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공중 볼을 따내기 위해 우루과이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알라이얀 | 권도현 기자

볼 지켜라!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공중 볼을 따내기 위해 우루과이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알라이얀 | 권도현 기자

전지훈련 접고 카타르 조기 입성, 선수들 컨디션 숨기며 적응 훈련 집중
4년간 다진 ‘빌드업’으로 볼 점유율 높이고 상대팀 길목 차단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통할지 의문부호가 찍혔던 파울루 벤투 감독(53)의 ‘빌드업 축구’는 강팀과 맞설 수 있다는 희망으로 돌아왔다.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승점 3점이 아닌 1점이지만, 한국의 선전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자신들의 축구를 고스란히 선보인 대목에 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4년간 갈고닦은 빌드업 축구, 조금 더 정확히 말해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축구로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유럽 정상급 선수가 포함된 우루과이 선수단의 몸값(약 6206억원)은 한국(약 2277억원)의 2.7배에 달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 우루과이는 월드컵 직전까지 맞대결에서 천적(2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상대보다 한 걸음 더 뛰면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패스 길목과 동선을 꽁꽁 묶었다. 벤투호의 전반 점유율은 월드컵 역대 최고인 50.3%로 종전 최다인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45.4%)을 뛰어넘었다.

고딘 주장 “한국, 봉쇄 잘해” 인정
감독 향한 선수들 신뢰도 큰 장점
벤투 “훈련대로만 하면 문제없어”

압박도 효율적으로 펼치면서 상대에게 단 1개의 유효슈팅도 내주지 않았다. 우리 역시 0개에 머문 게 아쉽지만 상대를 제대로 틀어막은 것은 분명하다. 우루과이의 주장 디에고 고딘(벨레스 사르스필드)은 “전반전, 특히 첫 20분간 한국이 우리를 잘 봉쇄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벤투호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도 기존 전술의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터였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우리가 훈련한 대로 경기를 풀어간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이런 축구에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니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다. 그래도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벤투 감독

벤투 감독

역대 대표팀 최장수 감독으로 지난 4년간 선수들과 쌓은 신뢰는 벤투호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비수 김영권(울산)은 “선수들이 벤투 감독님 아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믿음”이라면서 “이 믿음이 깨지면 안에서부터 망가진다. 우리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서로를 믿고 지금까지 왔다. 그게 월드컵 첫 경기에서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월드컵 준비 기간 막바지에 남들과 다른 선택을 내린 것이 주효했다는 시각도 있다. 벤투 감독은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유럽 강호와 평가전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고, 튀르키예(터키) 전지훈련도 효용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포기했다. 대신 그는 하루라도 더 빨리 카타르 현지에서 선수들과 담금질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게 제대로 통했다.

물론 우루과이전 무승부가 ‘빌드업 축구’의 장밋빛 희망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 슈팅이 두 차례 골대를 때리는 행운도 따랐다.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는 어쩌면 더 강한 상대와 16강 도전에 더 중요한 두 번의 시험대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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