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굴기’ 중국, 발톱 안 감춰…3차례 양안 위기보다 더 위험

김혜리 기자

인민해방군, 대만 포위하는 군사훈련 실시하며 전운 감돌아

과거 대만해협 위기에선 미·중 모두 확전 막기 위해 선 지켜

시진핑, 미국 맞먹는 군사력 키워…이전 같은 결론 장담 못해

중국서 바라본 대만 진먼다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 주민들이 해변에 나와 대만해협 너머에 위치한 대만의 진먼다오를 바라보고 있다. 샤먼 | AF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중국서 바라본 대만 진먼다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시 주민들이 해변에 나와 대만해협 너머에 위치한 대만의 진먼다오를 바라보고 있다. 샤먼 | AFP연합뉴스

미·중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대만해협에 전례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일 밤부터 대만 북부와 서남부, 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대만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섬나라인 대만을 사실상 동서남북으로 포위하는 형태다. 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구역의 위도 및 경도를 소개하면서 인민해방군이 4일부터 7일까지 실탄 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도 이에 맞서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전함 4척을 대만 인근에 배치해둔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앞서 있었던 세 차례의 대만해협 위기와 차원이 다른 4차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대만은 중국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는 위기를 세 차례 겪은 바 있다. 중국은 1954년과 1958년 본토에서 3㎞ 떨어진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를 포격하면서 대만해협 1·2차 위기를 촉발했다. 이에 미국은 군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중국을 압박했다.

당시 양국 간 갈등은 핵전쟁이 상정되는 수준까지 치달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확전을 막기 위해 ‘레드라인’만큼은 넘지 않도록 조심했다. 마오쩌둥은 미군에 대한 공격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도 1954년 대만과 체결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진먼다오 등은 배제했다. 중국은 미국과 정식 수교한 뒤인 1979년에 간헐적으로 지속해 오던 진먼다오에 대한 포격을 중단했다.

1995년에는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으로 3차 대만해협 위기가 촉발됐다. 중국은 그해 7월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고, 11월에는 대규모 상륙훈련도 진행했다. 미국도 항모전단을 파견하며 대대적인 압박을 가했다. 다만 당시에도 미·중 양국은 선을 넘지 않았다. 중국이 대만 근해에서 발사한 미사일 탄두는 모조품이었고, 실탄 사격도 상징적인 조치에 그쳤다. 미국은 항모전단을 파견하면서도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했다.

하지만 3차 위기 이후 중국이 공격적으로 군사력 확장에 나서면서 현재 상황은 앞선 위기들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국방부는 2020·2021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몇몇 분야에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졌거나 미국을 능가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안보·국방 분야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양국이 대만 또는 중국 주변에서 국지적으로 충돌한다면 미국에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대만 부근으로 군사력을 이동시키기도 전에 중국이 대만 장악을 끝낼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3차 대만해협 위기 당시 중국의 외교노선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칼 빛을 감추고 실력을 기른다)에 기반해 있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제 미국과 패권을 다툴 만큼 성장한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대국굴기’를 선언한 상태다. 중국은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있으며 더는 칼 빛을 감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4차 대만해협 위기가 시작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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