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여는 마당에 스테이홈은 끝”

박은하 기자

일본서 방역 지침 거부 확산

기업도 재택 대신 출근 늘어

도쿄 신규 확진 3865명 최다

‘수도권 긴급사태’ 오늘 결정

일본 코로나 하루 확진자 첫 1만명 돌파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 시내 횡단보도가 인파로 혼잡하다.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일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와 오키나와현에 발령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수도권과 오사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 | 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일본 코로나 하루 확진자 첫 1만명 돌파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 시내 횡단보도가 인파로 혼잡하다.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9일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와 오키나와현에 발령된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수도권과 오사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쿄 | AP연합뉴스

“올림픽만 특별취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집에 있으면 나만 손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에서 현지 매체들이 전한 도쿄 시민들의 속마음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 등 수도권 일대에 긴급사태를 선포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올림픽 축제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나만 참으라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는 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NHK는 29일 오후 6시 기준 일본의 신규 확진자 수가 1만699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전날 9576명에 이어 이틀 연속 최다기록이다. 도쿄도 신규 확진자는 3865명으로 역대 최다치다.

이날 해외선수나 의료진 등 올림픽 관계자의 감염은 24명 더 추가됐다. 전날 대회 조직위원회의 정례 기자회견에는 도쿄 올림픽과 코로나19 확산세와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카타니 마사테쓰 조직위 대변인은 “감염 확산은 마음이 아프지만 전문가가 개방적인 곳에서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며 “올림픽 관계자들을 상대로 반복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감염자 수는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일본 주요 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는 도쿄 미나토구의 JR신바시역 인근은 높은 인구 밀집도로 혼잡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목격됐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사는 22세 여성 직장인은 “우리는 여행이나 고향 방문을 1년 넘게 참고 있는데 올림픽만 특별취급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또다시 젊은이들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악당이 되는 것이냐”고도 했다. 최근 일본의 인터넷에는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지바에서 도쿄로 통근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 여성도 “날이 갈수록 아침 전철에 사람이 많아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상공회의소는 기업들에 연일 재택근무를 실시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도쿄 고토구에 사는 한 여성 자영업자(69)는 “올림픽이 시작된 이상 스테이홈(집에서 머무는 것)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급속한 감염 확산과 시민들이 모임을 재개하는 등 방역수칙을 따르지 않으려는 경향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며 피로감이 높아진 탓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 올림픽 개막은 불편함과 답답함을 참아온 시민들의 인내심을 무너뜨린 셈이다.

델타 변이의 빠른 감염속도까지 감안하면 향후 일본 정부가 강한 방역지침을 시행하더라도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후생노동성의 코로나19 전문가회의에 참석하는 와다 고지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2주 내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볼 수 있었지만 델타 변이의 확산 속도도 2배 이상 빨라 감염자 수 감소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NHK에 말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에선 신규 확진자의 70%가 델타 변이 감염자로 추정된다. 일본 전역의 1차 백신 접종률은 37%이다.

정부는 이르면 30일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수도권 3개 광역지역에 긴급사태 선포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보름 전부터 도쿄도에 선포된 긴급사태가 감염 확산 통제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번 유행은 (지난해 가을철) 3차 대유행과는 다르다. 중증환자가 되기 쉬운 60대 이상 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젊은층의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유동인구도 줄고 있다”며 “도쿄 올림픽 취소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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