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퍼리드 저카리아 “러 우크라 침공 계기 미국 헤게모니 와해…한국·유럽·일본 등 민주국가들 역할 중요”

유희곤 기자

강연

저널리스트 겸 작가 퍼리드 저카리아 박사가 22일 <2022 경향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포스트 팬데믹 세계, 국가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저널리스트 겸 작가 퍼리드 저카리아 박사가 22일 <2022 경향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포스트 팬데믹 세계, 국가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미국이라는 강력한 단일 헤게모니가 지배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럽, 한국, 일본 등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체제와 민주적 질서를 갖춘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CNN <GPS(Global Public Square)>의 진행자인 퍼리드 저카리아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의 화상 기조강연 ‘포스트 팬데믹 세계, 국가의 미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점으로 미국의 헤게모니가 와해되는 시대에 지난 30년간 진행된 시스템의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카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2020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이전의 20~30년을 “긍정적 트렌드(유행)”이자 “대소멸을 가져온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4억50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났고 세계화, 경제 개방 등으로 평균소득도 향상됐다”면서도 “유고슬라비아 해체(1992년),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1998년), 2001년 미국 9·11 사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등 일련의 위기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저카리아는 컴퓨터 연산시스템을 빗대 세계 체제도 개방성, 속도, 안정성 등 3가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고 크고 작은 위기의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전보다 전쟁 횟수는 줄었고, 국경이 무력에 의해 수시로 달라지는 시대는 상상하기 힘들어졌으며, 도시화나 기후변화 등으로 초래된 질병도 백신의 신속한 개발 덕분에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카리아는 이런 흐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모든 상황이 재편됐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과 전쟁의 반경은 2차 대전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향신문과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며 “역사는 강대국 정치와 함께 돌아왔고 (지난 30여년을) ‘역사로부터의 휴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제 휴가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군사력은 이라크 전쟁으로 와해됐고, 경제는 금융위기로 취약성이 드러났으며, 보건 분야는 큰 투자에도 많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 세계 GDP의 2%(1990년대)에서 17%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있는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 ”라면서 “국제적 시스템에 도전이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가 미국 패권주의의 쇠퇴를 국제체제의 위기라고 평가한 데 대해선 ‘지나친 미국 중심주의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한국을 유럽, 일본과 함께 시스템의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미국과) 지속 가능한 연합 단체”로 묶을 수 있다고 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저카리아는 “한국은 계속해서 대외지향적인 역할을 했고 중국보다도 더 큰 경제적 성과를 거뒀으며 문화 강국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한국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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