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블레어 “대전환 시대 리더십 기본은 반대자 자극 아닌 달래기 돼야”

김상범 기자

강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 ‘대전환의 시대-지속 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영상으로 참석해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반대에서 더 나아간 혐오는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
리더는 늘 경각심 가져야”
한국 정치에 시사점 던져
“통합으로 가는 길, 공통 가치”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를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혐오할 때, 민주주의의 가치는 수호하기 어려워집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입니다.”

대전환의 시대,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경향포럼>의 첫 포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열었다. 지난 20세기 가장 젊은 나이로 총리직에 오른 그는 노동당의 3기 연속 집권을 성공시키며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장장 10년간 영국 정부를 이끌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대전환 시대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영상 강연에서 “지금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밀어닥치는 대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도자, 국가, 기업, 공동체가 대두한 도전과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민주주의와 정치의 ‘기본기’를 줄곧 강조했다. 그는 “리더는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반대 입장의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잘 달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전환기는 언제나 온갖 잡음과 변화무쌍함으로 가득 차 있으며, 리더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질수록 ‘민주주의적 리더십’ 본연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이를 적이 아닌 상대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평등한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로 넘어가는 격변의 10년 동안 ‘제3의 길’ ‘중도의 길’을 치열하게 찾아 헤맸던 전직 영국 총리의 이 같은 조언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에 던지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오늘날의 주요 과제로 국제질서의 급변, 그 가운데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 생각과 달리 무력분쟁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 중국은 세계 2대 강국 중 하나로 부상했다.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의 딜레마적 상황을 강요받게 됐다”며 “각 국가는 복잡한 미·중관계를 잘 파악해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술 혁신에 따른 사회의 변화,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의 위기도 언급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전환기에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밀어닥친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과제들을 해결할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서구를 비롯한 모든 국가에서 민주주의 정치가 이토록 양분됐던 적이 없었다”면서 “수많은 국가에서 포퓰리즘이 만연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변화가 발생하면 동시에 불안감이 뒤따르는데, 사람들이 리더십을 갈망하는 만큼 포퓰리즘이 깊이 뿌리내리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사회 내부에서 점차 커지는 ‘문화 격차’ 문제도 언급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문화적 격차가 (경제적 격차보다) 더욱 심오해 그 간극을 메우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미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트랜스젠더의 권리와 같은 새로운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두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보수적인 집단 사이의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민자를 옹호하고, 다른 이들은 이민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통합을 위한 해법으로 ‘공통분모’를 강조했다. 그는 “한 국가의 완전한 분열을 막을 중요한 방법은 공통의 가치를 찾는 것”이라며 “리더로서 어려운 도전과제들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근본적인 간극을 메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도전과제가 산적함에도 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면, 특히 한국과 같은 나라의 모습을 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0~60년을 돌아보면 한국과 같은 국가의 경제성장률(GDP)은 아프리카의 빈곤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도전과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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