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 MBC 김재철 사장, ‘민영화 카드’로 돌파구 노린 듯

강병한 기자

정수장학회·MBC 비밀회동

거취 고민 최필립 이사장 “이진숙 본부장 등과 자주 만났다”

민주당, 국정조사 요구… 정수장학회 문제 다시 대선 쟁점화

MBC와 정수장학회가 MBC 민영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밀회동한 것으로 12일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연관된 민감한 사건이 터져나오자 민주당은 곧바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MBC와 정수장학회 측의 생각대로 쉽게 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비밀 회동을 기획하고 주도하고 있는 것은 MBC 사측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 측의 제의에 일부 동의하면서 이번 일이 추진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b>최필립 증인 채택 놓고 공방</b>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교육청 국감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증인 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최필립 증인 채택 놓고 공방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교육청 국감에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증인 채택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MBC는 올 초부터 김재철 사장 지시로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과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이 민영화를 검토해왔다.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이상옥 부장은 삼성 출신으로 ‘TV조선’과 MBA(경영학 석사) 출신 경영직 직원들을 채용해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안팎으로 사퇴 압력에 시달려온 김 시장은 민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 본부장과 이 부장은 MBC 주식 3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 측과 수시로 접촉해왔다. 최필립 이사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본부장 등과) 자주 봤다”고 밝혔다.

MBC 민영화 계획에 최 이사장은 일부 맞장구를 친 것으로 보인다. 최 이사장은 이날 MBC 측 인사들과 만나 MBC의 지분 매각 계획을 보고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친박계 의원들로부터 공개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박 후보는 지난달 14일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9개 신문사와의 공동인터뷰에서 “이사진이 잘 판단해 결단을 내려 주셨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우회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사퇴 요구에 최 이사장은 거취를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최 이사장을 만난 한 인사는 통화에서 “최 이사장은 박 후보를 위해서 정수장학회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부산·경남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어 최 이사장은 박 후보를 돕고 싶어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방편으로 MBC 주식을 매각, 그 대금으로 대학생 등록금을 지원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MBC의 작업에 최 이사장이 걸려들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논의한 대로 ‘MBC 민영화와 부산일보 매각’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소유한 MBC 지분 70% 중 일부를 매각하려면 방문진 이사 9명 중 5명 이상이 결의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MBC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소액주주보다는 대기업에 주식을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공영방송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정권 말기에 공영방송사의 민영화 계획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겨레’ 인터넷판에 보도된 바대로 부산일보 100% 매각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원은 올 3월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부산일보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주식의 매매, 양도, 질권 설정 등 일체 처분을 해서는 안되고 부산일보를 상대로 주권 인도를 청구해서도 안된다”고 받아들였다. 유족 측 승인 없이 정수장학회가 지분 매각을 위해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불법인 것이다.

박 후보 측은 비밀회동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비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박 후보는 과거사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로 일단락지었지만 또 다른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정수장학회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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