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동원·여론전’이 정상적 정당활동이냐 구태냐… ‘근본적 인식차’

이주영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측이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을 중단한 데에는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조직 동원과 물밑 여론전 등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문 후보 측은 이를 “정상적인 정당활동”이라 주장하지만, 안 후보 측은 “바로잡아야 할 구태정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함께 추구하기로 한 ‘새정치’에 대한 눈높이 자체가 다른 상황이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민주당의 ‘조직 동원’이다. 안 후보 측에 따르면 문 후보 측은 당원들에게 여론조사에 적극 응해달라는 메시지를 다량 발송했다고 한다. ‘오늘 단일화와 관련한 중요한 여론조사가 몇 차례 시행됩니다. 다소 긴 내용이지만 중요한 여론조사이니 필히 전화 응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일화 대비, 외출 시 집전화 착신해주세요’ 같은 내용이다. 또 문 후보의 광고를 받아볼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당직별로 인원을 총동원하고, 대선자금 펀드 모금에도 의원실마다 할당치를 배정하고 있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이 호남지역에서 조직을 동원해 ‘안 후보가 양보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퍼뜨리고 ‘민주당 당원과 호남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라’는 지시까지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16일 기자 브리핑에서 “정당조직이 자기 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조직동원정치, 구태정치라고 하는 것은 정당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단장은 “문자메시지는 선대위 산하 시민캠프 공인회계사 출신 자원봉사자가 지인들 76명에게 보낸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지지 후보를 위해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낸 것을 구태정치라 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낡은 관행을 깨기 위해 안 후보가 나왔다”며 “그런 문제와 관련해 안 후보가 타협하는 게 좋다라고 가르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입을 통해 ‘안철수 양보론’ 등이 유포되고, 비공식 루트를 통해 단일화 협상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는 점에 대해서도 안 후보 측은 ‘언론플레이’라며 문제 삼고 있다.

안 후보 측 윤태곤 상황실 부실장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른 것들이 새어나가고, ‘양보론’의 경우 지역 조직에서 유포돼 저희가 펀드를 모집하는 데에도 강력한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사적인 대화까지 지적해 실명을 거론하고 문제 삼는 건 과도하다”(우 공보단장)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 백원우 전 의원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안 후보 측 단일화 협상팀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의 과거 한나라당 전력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도 비신사적 행동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 차는 정당정치의 관행화된 문화와 체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하고, 얼마나 고쳐나갈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에서 비롯된다. 문 후보 측이 일반화된 정치 현실로 생각하는 부분들을 안 후보 측은 본질적 개혁이 필요한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 단일화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라면 정당조직을 통해 승리하겠다는 것이 문제될 게 없지만, 단일화 이전이고 그 과정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서로 자극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주당이 자꾸 정당정치를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무소속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며 민주당의 강력한 정치쇄신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민주당이 전혀 정치혁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안 후보도 ‘양보론’ 등을 문제 삼는데 어차피 현실정치에 들어온 이상 너무 순결주의나 결벽증을 갖고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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