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내 10대 뉴스…의혹·사과 줄잇는 ‘비호감 대선’, 전 세계 ‘K콘텐츠 호감도’ 급상승

허진무·김향미·박홍두·조해람·유경선 기자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년째 ‘코로나 터널’에 갇힌 올해에도 대형 비리·의혹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미완의 역사적 단죄를 남긴 채 한 시대가 생물학적 삶을 마감했고, 사법적 정의와 이른바 국민통합의 충돌이라는 한국 정치의 의례는 되풀이됐다.

사회의 그늘과 제도의 허점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 빈발하는 와중에도 K콘텐츠는 지구촌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끝 안 보이는 코로나와의 싸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로 2년째인 코로나19 대유행은 더 높은 파고로 일상을 흔들었다. 2월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돼 희망의 싹을 틔웠지만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4월22일 첫 확인)가 등장했다. 확진자 규모는 7월부터 2000~3000명대로 커졌다.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 70%(10월23일)를 달성한 후 정부는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했지만 확진자 규모가 7000명대 후반까지 급증했다. 위중증 환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대로 한계상황을 맞았다. 백신 효과에 대한 오판과 섣부른 방역 완화의 결과였다.

일상회복 시행 48일 만인 12월18일부터 다시 거리 두기 4단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3차 접종(부스터샷)을 독려하고 공공·민간병원을 총동원해 중환자 병상을 늘리고 있지만, 델타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 변이(12월1일 첫 확인)가 조만간 국내에서도 우세 변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진행 중이다.

■이재명과 ‘대장동 개발 비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발의 간담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소멸대응특별법안 국회발의 간담회 시작에 앞서 열린 사전환담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와 천화동인 1~7호가 천문학적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의 일정 이익 이상을 가져갈 수 없도록 사업을 설계했다. 대장동 개발로 성남시는 1830억원을 배당받았지만 성남시보다 적은 자금을 투자한 화천대유 측은 8540억원이 넘는 이익을 배당받았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이후 진전이 없다. 배임 ‘윗선’ 수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근무한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난항에 빠졌다.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로비 수사도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수사력도, 수사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윤석열과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검찰이 국민의힘에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을 고발해달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이 지난 9월 불거졌다.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4월3일과 8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 검사와 김 의원은 물론 윤 후보까지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가 제출한 텔레그램 메시지의 ‘손준성 보냄’ 문구와 통화 녹취록 이외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고발장 전달 경로는 물론 최초 작성자도 특정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손 검사 구속에 연거푸 실패했다. 법원의 ‘위법’ 판단으로 김 의원실에서 확보한 압수물은 증거로 쓸 수 없게 됐다. 올해 출범한 공수처의 첫 중대 수사였지만 ‘아마추어 공수처’라는 평가만 남긴 채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능 사상 초유의 ‘정답 유예’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수능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8일 실시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상 초유의 ‘정답 유예’ 사태가 벌어졌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서 조건을 만족하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랐고, 법원이 결국 정답 결정을 유예했다.

이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 6515명은 해당 성적이 공란으로 비워진 성적표를 배부받았고,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비롯해 합격자 등록일, 미등록 충원기간 등 입시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 법원이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모든 응시생을 정답 처리했고, 평가원장은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원은 이의제기 신청 이후 ‘문항 조건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도, 폐쇄적인 검증 구조로 정답 결정을 바꾸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는 출제 오류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출제·검토 기간 및 인원, 문항 검토 방식과 절차를 재검토하고 이의제기 심사방법 등 개선방안을 내년 2월 발표키로 했다.

■윤여정·BTS·오징어 게임 인기

배우 윤여정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 후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 수상 후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류 콘텐츠가 약진한 해였다. ‘K콘텐츠’라는 명명이 자연스러워졌다. 배우 윤여정(사진)은 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K팝은 방탄소년단(BTS)의 활약으로 기존 위상을 굳혔다. BTS는 ‘버터’로 올해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총 10주 1위라는 기록을 썼다. ‘퍼미션 투 댄스’와 ‘마이 유니버스’로도 1위를 했고,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까지 3관왕을 거머쥐었다. 블랙핑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아티스트가 됐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46일 동안 세계 1위를 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속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달고나가 불티나게 팔렸다. 유럽 길거리 한복판에서 한국 전통놀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공개된 <지옥>도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국정농단’ 박근혜 특별사면

2017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7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경향신문 자료사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31일 0시 석방된다. 구속된 지 4년9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씨 특별사면을 단행하며 국민 통합과 박씨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박씨는 올해 1월 대법원에서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다. 2018년 11월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된 것을 더하면 2039년에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다. 사면으로 17년3개월의 징역과 남은 벌금 약 150억원이 면제됐다.

2016년 9월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실상이 드러났다. 시민들은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이어갔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2016년 12월)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및 박씨 구속(2017년 3월)을 이끌어 냈다. 검찰과 박영수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안종범·정호성·김기춘·조윤선·이재용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데이트 폭력·스토킹 범죄 피해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인한 죽음이 올 한 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월23일 서울 노원구에서 김태현(25)이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과 그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했다.

7월18일에는 제주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아들(16)이 어머니의 전 연인인 백광석(48)에게 살해됐다. 일주일 뒤인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황예진씨(25)가 남자 친구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11월19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가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35)은 11개월 이상 스토킹을 했다. 경찰은 여성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지만 참극을 막지 못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어머니가 흉기에 찔려 살해되고 동생이 중태에 빠졌다.

스토킹처벌법이 입법·시행됐지만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난 10월21일 이후 두 달간 접수된 스토킹 사건이 626건에 이른다.

■전두환·노태우 한 달 차 사망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노태우씨가 각각 지난 11월23일과 10월26일 사망했다. 대한민국의 5번째와 6번째 대통령을 지낸 두 사람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을 주도하며 평생 민주주의 암흑기의 책임론에 싸여 비판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법원에서 내란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자신의 죄에 대해 숨을 거두기 전까지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의 사망 이후 국가장 여부를 놓고 정치·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가 노씨의 추징금 납부 노력과 간접 사과 등을 고려해 그에겐 국가장을 치르겠다고 하자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전씨에 대해선 국가장도, 가족장에 대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은 두 사람의 죽음은 결코 되풀이되어선 안 될 역사의 교훈으로 남게 됐다.

■‘정인이 사건’…반복된 아동학대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가 양모의 지속적인 신체적 학대와 방임 끝에 숨졌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발생했지만 올 초 언론을 통해 정인이의 신상과 상해 정도가 공개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온라인상에서 ‘#정인아미안해’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양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에서 양모의 형량은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은 아동학대 신고 시 즉각 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입법을 마쳤다. 3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경찰서장이 경질되고 수사관들이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경기 용인시에서 10세 아동이 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었다. 3월에는 인천에서 여덟 살 딸이 부모에 의해 숨졌고, 6월 대전에서는 20개월 아이가 성폭행 후 살해당했다.

■숨진 변희수 하사 ‘성차별 승소’

2021 국내 10대 뉴스…의혹·사과 줄잇는 ‘비호감 대선’, 전 세계 ‘K콘텐츠 호감도’ 급상승

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직업 군인 고 변희수 하사가 군을 상대로 낸 전역 취소 소송에서 지난 10월7일 승소했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정정이 ‘심신장애’라며 강제전역한 군의 처분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 판결 결과를 보지 못했다.

변 하사는 휴가 중이던 지난해 1월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육군본부는 “남성이었던 변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통해 일부러 심신장애를 초래했다”며 전역 처분했다. 변 하사는 전역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하다 지난 3월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 원고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 여부나 계속 현역 복무를 허용할지 여부 등은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육군은 항소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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