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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탁과 은행나무

노거수에 관한 신화나 전설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하다. 대개 이런 식이다. ‘옛날 고승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은 것이 거목이 되었다’ 또는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임금의 가마를 지나가게 했다’. 나무의 나이도 어림잡아 1000년, 혹은 500년 등 ‘전설적’이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나이를 추정한 결과, 1018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렇다면 대략 서기 1000년경, 고려 목종 때부터 그 자리를 지켰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의상대사나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근사한 전설은 아쉽게도 과학적 사실 앞에 힘을 잃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사실이 밝혀져 반가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 중에 실제로 심은 사람의 이름과 그 시기가 알려진 사례도 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서울 문묘 은행나무’가 그렇다. “중종 14년(1519)에 윤탁(尹倬)을 동지관사로 삼았다. 윤탁이 강당 아래에 나무 두 그루를 마주 심고는, 뿌리가 무성해야 가지가 잘 자란다는 말로써 제생에게 일러 깨닫게 하여 그 근본을 힘쓰게 했는데, 오늘날 명륜당 뜰의 은행나무(文杏)가 바로 그것이다.”(<증보문헌비고>, 학관) 그렇다면 용문사 은행나무는 문묘 은행나무보다 나이를 두 배나 더 먹은 노장이다. 한편 고약한 은행 냄새에 질린 한 성균관 관원이 제사를 지내자, 그 후로는 열매를 맺지 않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전설도 전해진다.(<신증동국여지승람> 2권 비고편).

문묘 은행나무를 심었던 윤탁은 과거 급제 후, 대사성과 동지성균관사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성균관에 근무하였다. 중종은 윤탁에게 ‘그대여 나를 보필하여 나의 미진한 학문을 교도해 달라’고까지 하였다. 그의 인품과 학문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퇴궐한 후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퇴계 이황도 그중 한 명이었다.

문묘 은행나무는 1747년에 제작된 <태학계첩>과 1817년 효명세자의 성균관 입학례 과정을 그린 <왕세자입학도첩>에도 그 모습이 그려져 있으니, 문헌사료와 도형사료 모두에 기록된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윤탁이 심은 문묘 은행나무도 최신 과학 장비를 통해 정확한 나이가 밝혀지면, 문헌사료의 정확성이 다시금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아! 선생의 후손이여 저 은행나무 공경하소.’ 윤탁 묘비명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의 신신당부를 실천하는 건 이제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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