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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중산층 죽이기’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스윙보터가 많은 중산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의 ‘중산층 죽이기’ 정책에 대한 위기의식이 컸던 것이다. 세수결손으로 쪼그라든 재정의 상당 부분을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데 돌리면 중산층·서민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든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제로섬’ 산식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뭘 알고, 모르는지’를 모르는 데다 툭하면 격노하는 통에 교정받을 기회도 없던 윤석열 대통령은 ‘감세가 중산층 정책’이라는 희대의 망언을, 선거를 코앞에 두고 쏟아냈다. 사람들의 ‘분노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왜 부자들에게 면세를 해주냐, 그 이익은 결국 어려운 사람들이 다 보게 돼 있다. 종부세 대상 중에 거의 대부분 그냥 중산층이다.”(3월19일 민생토론회) 윤 대통령 발언에 고개를 끄덕일 중산층이 얼마나 됐을까. 부자감세 이익이 ‘결국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퀀텀점프’식 화법도 이해 불가지만, 종부세 대상자가 ‘대부분 그냥 중산층’이란 말은 참고 넘길 수 없다.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려면 공시가격이 12억원, 시가로 18억원 넘는 집을 소유해야 하니 ‘그냥 중산층’이 아니라 그냥 고소득층이다. 윤석열이 감각하는 국민의 범위는 서울·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 3구나 용산구 거주민 정도인 것인가.

그의 ‘유니크한’ 중산층 인식과 ‘낙수효과’에 대한 신념은 전방위 감세정책의 동력이었다. 윤 대통령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도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1월17일 민생토론회)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자나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경우 부과된다. 10억원어치 넘게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도 감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십분 양보해 낙수효과로 중산층·서민들도 혜택받는다는 취지로 해석하더라도, 낙수효과가 깨진 신화라는 건 증명된 지 오래다.

윤 대통령의 눈높이에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였다. 연간 5000만원 넘게 금융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주식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국 신축 소형주택과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여러 채 사들이더라도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빼주는 방안도 내놨다. 부유층들이 세금 걱정 없이 집을 ‘줍줍’하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그 외에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소득 2억원 이상 고소득 부부에 대한 신생아 특례대출 적용 등 부자감세 공약은 헤아릴 수 없다.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으로 지난 30년 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중국의 대두로 성장의 한계를 맞이했다. 한국은 경제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보호무역주의 대두, 반도체 경기 변동 같은 국제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제의 양대 기둥인 내수의 기초체력을 키워 대전환기를 견뎌내도록 하는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뜬 ‘내수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내수의 주력인 중산층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경제운용방향은 어떻게 진로 수정을 해야 할지 등 손댈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감세와 긴축이라는 최악의 정책조합으로 ‘중산층 죽이기’에 나섰으니 표를 얻을 리가 없었다.

양승훈 교수가 쓴 <울산 디스토피아-제조업 강국의 불안한 미래>를 보면 비수도권 대표 산업도시들에서는 중산층의 재생산이 단절 위기에 처해 있다. 울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생산성 동맹’을 만드는 데 실패했고, 본사·연구센터·생산공장마저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중산층 불임’ 도시가 됐다. 그럼에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물과 전력이 모자라는 수도권에 짓기로 하고, 세수결손이 나자 지방교부금을 수십조원씩 잘라내는 걸 보면 ‘지방 죽이기’도 병행 중인 셈이다.

‘중산층·지방 죽이기’란 비판에 대해 윤 대통령은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미필적 고의’ 혐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정책이 총선에서 심판받았으니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면 좋으련만 지난 16일 국무회의 발언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 예산을 덜어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사업 과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암담한 일이다. 선거로도 바꾸지 못한다면 다음엔 어떤 수단을 써야 할까.

서의동 논설실장

서의동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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