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크기 작으면 안전?

이정호 기자

‘소형모듈원자로’ 둘러싼 논란

“탄소 없는 데다 방사능 위험 적다”
안철수 인수위장, 적극 육성 밝혀
건설 단가 높아 집적단지 불가피

전문가 “안전성 입증된 적 없어”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가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SMR은 탄소를 뿜지 않고 방사능 위험에서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이 투자에 나서고, 새 정부도 강력한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안전성 또한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26일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은 미국 원자력기술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와 SMR 건설과 운영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이번 MOU를 통해 이들 기업은 뉴스케일파워의 SMR 기술에 GS에너지의 발전소 운영 능력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발전 기자재 공급 능력,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 역량 등을 더해 향후 SMR 위주로 재편될 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SMR에 대한 애정은 정치권에서도 분출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 25일 발표한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에서 SMR을 집중 육성할 분야로 꼽았다. 안 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SMR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SMR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의 동력원에서 출발한 기술이다. 발전 용량이 300㎿(메가와트) 이하인데, 대형 원전의 3분의 1에서 5분의 1이다. 인구 10만명의 소도시에서 쓰기에 좋다. 원자력계에선 SMR의 안전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방사성 물질이 샐 만한 설비들이 깡통 같은 대형 용기 안에 들어 있고 사고가 나도 방사능이 누출될 일이 적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원전은 규모가 작을수록 건설 단가가 높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뉴스케일파워의 1㎾(킬로와트)당 건설 단가는 2003년 1718달러에서 2020년 8500달러로 상승했다. 한국이 짓는 대형 원전의 건설 단가인 1㎾당 4000달러보다 높다.이 때문에 SMR 업계와 연구자들은 SMR을 한데 모아 집적단지를 만드는 방식을 구상한다. 총 발전용량을 대형 원전에 가깝게 끌어올려 경제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SMR이 좁은 지역에 옹기종기 모이는 일이 불가피하다.

이런 집적단지식 건설은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소용량 원전 10기를 모아 놓은 상황이 대용량 원전 1기를 설치한 상황보다 안전한지 입증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SMR을 오지의 작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개발한다. 그런데 한국은 국토가 좁고 송전망이 잘 갖춰져 있는데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감수하며 SMR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세계는 지금 재생에너지 투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SMR 육성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2차 산업을 키우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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