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포럼

“팬데믹이 낳은 최악 결과는 가계 빚…고물가 최대 2년 더 지속”

김경학 기자

‘미래전략가’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

베스트셀러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저자로 잘 알려진 제이슨 솅커는 ‘세계 최고 미래전략가’ ‘세계 1위 미래학자’로 불린다. 그는 리더 육성 등을 하는 컨설팅 업체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과 함께 기관투자가를 위한 중·단기 전망 경제 보고서를 쓰는 자문사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도 맡고 있다. 제이슨 솅커 의장 제공

베스트셀러 <코로나 이후의 세계> 저자로 잘 알려진 제이슨 솅커는 ‘세계 최고 미래전략가’ ‘세계 1위 미래학자’로 불린다. 그는 리더 육성 등을 하는 컨설팅 업체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과 함께 기관투자가를 위한 중·단기 전망 경제 보고서를 쓰는 자문사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도 맡고 있다. 제이슨 솅커 의장 제공

‘고물가·고성장’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슬로플레이션’ 판단
고물가에 느리지만 성장은 유지

‘세계 최고 미래전략가.’ 이코노미스트인 제이슨 솅커 퓨처리스트 인스티튜트 의장에게 따라붙는 별칭이다. 블룸버그뉴스에서 실시한 예측 평가에서 2011년 이후 그는 경제지표·환율·원유가격 등 26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고, 46개 분야 예측에서는 전 세계 톱10 예측가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다. 솅커 의장은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금융의 미래> <반란의 경제> 등은 국내에서도 출간돼 경제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오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2022 경향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설 솅커 의장은 7일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 중 가장 나쁜 결과로 급격한 부채 증가를 꼽았다. 그는 현재 고물가가 이어지는 일련의 경제 상황을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강도가 약한 ‘슬로플레이션’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솅커 의장은 고물가 추세는 향후 1년6개월에서 2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한 부정적 결과 중 최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민간 부채의 엄청난 증가다. 본질적으로 세상은 더 많은 빚을 지게 됐다. 미국은 부채 수준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주식 가격은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부채가 자산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동반하지 않은 국가도 많았다. 일부 국가에서는 부채만 늘어났다.”

20년 장기 침체 전망엔 부정적
미 연준, 국가 부채 늘더라도
통화·재정 부양책 쓸 가능성 커

-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나.

“재정과 통화 부양 정책으로 미국과 글로벌 성장은 빠르게 회복됐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비용을 치렀다. 나는 지난해를 강력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한 ‘성장 인플레이션’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하고 대차대조표 자산 규모를 축소해 경제와 성장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완벽하고 부드러운 착륙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연준의 고군분투에도 올해 물가는 계속 오르고 성장률은 둔화할 것이다. 어쨌든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18~24개월가량 지나야 2~3% 범위의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 망원시장에서 지난 3일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로 인해 저소득층의 생활여건이 더욱 팍팍해졌다. 권호욱 선임기자

서울 망원시장에서 지난 3일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물가로 인해 저소득층의 생활여건이 더욱 팍팍해졌다. 권호욱 선임기자

-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당신의 판단은 어떤가.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서도 느리지만 성장은 하는 ‘슬로플레이션’이 더 적절한 판단이라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율을 낮추기 위해 긴축 통화 정책을 무리하게 시행해 성장률을 훨씬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성장이 너무 느려지면 연준은 정책을 신속하게 철회해 경제 성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준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 성장이 정체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끝날 수 있다.”

- 잘못하면 20년 장기 침체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이제 시작으로 봐도 될까.

“그것은 아주 무서운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통화·재정 부양책이 경기 침체에 효과가 있음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런 정책이 너무 잘 작동한다는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에게 ‘은총알’이 있다고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사용할 것이다. 이는 국가 부채 수준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가령 대차대조표가 100조달러에 이를 때까지 연준이 자산 보유를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그 결과 연준은 존재하지도 않는 돈을 사용해 미국의 자산 대부분을 소유하는 ‘양자 상태’(빛이 파동 상태이자 입자 상태로 중첩된 채 동시에 존재하는 물리학 용어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중앙은행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함)에 이를 수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20년 장기 침체보다는 이 같은 상황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다시 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

공짜 돈 → 고물가 → 고비용 지불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되면
저소득자는 갈수록 가난해져

-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당신은 보편적 기본소득에 매우 회의적인 것 같다. 보편적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편적 기본소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없을까.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보편적 기본소득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경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기간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경기 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소득이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더 많이 상승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1분기 고용비용지수가 5% 상승한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가 8% 증가했다면, 이는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2022년 1분기 3%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전체 보편적 기본소득이 구현된 경우를 상상해 보자. 물가는 훨씬 더 오를 수 있고, 임금은 3%보다 훨씬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반직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짜’ 돈을 주면 물건을 더 비싸게 만들고, 결국 그만큼 더 돈을 지불하게 돼 저소득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과다.”

2020년 4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2020년 4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서 일자리·교육·에너지·금융·부동산·국제 관계 등 10여가지 분야의 미래를 예측했다. 대부분 예측이 적중했는데,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판단하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과 수정하고 싶은 부분은 모두 같은 부분으로, 바로 ‘교육’이다. 온라인 교육은 예상처럼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수업과 학위를 취득하면서 지적 자본시장이 커지고 있다. 홈스쿨링 증가를 예측한 것도 자랑스럽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큰 것을 놓쳤다. 인터넷이 잘 되지 않고 좋은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살 돈이 없는 지역에 사는 일부 젊은이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친 것이 부끄럽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은 크게 뒤처질 수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서 더 이상 식사를 하지 않아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했다. 바라건대, 이 같은 부정적인 비대칭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이 인터넷 접근성과 노트북의 부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접근성, 전문적 성취와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희망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미래 온라인 교육 활성화 적중
저소득 격차 예측 못해 부끄러워

- 미래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래 예측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이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디를 가봤는지 모르면 끝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최고의 미래학자들은 대부분 역사를 공부하거나 역사의 일부를 공부했고 나도 대학 학부 때 역사를 공부했다. 훌륭한 미래학자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음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변화를 혐오하고 전통적인 시스템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좋은 미래학자가 아니다. 또한 훌륭한 미래학자는 자아를 가지면 안 된다. 틀렸을 때, 그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근대 양자역학·원자핵 물리학의 구축에 큰 공헌을 한 19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닐스 보어는 ‘예측은 매우 어렵다. 특히 미래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내 생각에 미래학자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비즈니스와 트렌드 및 기술의 적용 의미에 중점을 두는 자’ ‘종교적인 신념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자’ ‘기술의 열렬한 팬’. 나는 첫 번째에 해당한다.”

- 책을 꾸준히 내고 있다. 현재 집필 중인 테마가 있나.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몇 권의 책을 쓰고 있다. 다음 책은 <지속 가능성의 미래>라는 에세이 모음집이다. 약 20명의 기고자들이 향후 10년간 지속 가능성과 관련해 기업 경영진·정책 입안자들에게 영감을 줄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대해 썼고, 나는 편집을 맡았다. 내가 단독으로 쓰는 책은 메타버스와 웹 3.0, 확장현실(XR) 등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책이다. 이들 관련 분야의 성장과 기대치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고 있어 쉽지는 않지만 열심히 쓰고 있다.”

-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 강연과 글이) 어려운 시기 사람들이 앞을 내다보고 긍정적인 변화의 기회를 찾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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