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결국 ‘박원순표’ 규제책 폐지···재개발 문턱 낮춘다

허남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시청에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촉진책’을 발표했다. 우선 재개발사업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취지로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다. 또 재개발사업 초반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주도한다.

오 시장은 26일 서울시청에서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2015년부터 서울시내 신규 지정 재개발 구역은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신규 주택공급이 억제됐다”며 “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24만호 주택공급을 시작하겠다. 최근 10년간 주택공급 감소분을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재개발 ‘문턱’ 낮추고, 서울시 주도로 초반 ‘속도↑’

이번 방안의 기본 방향은 재개발 구역 지정을 보다 쉽고 빠르게 하는 것이다.

우선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한다. 서울시 고유 제도인 주거정비지수제의 핵심은 재개발 요건 중 노후도를 따질 때 건물 연면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원래 법적 노후도 측정 기준은 ‘구역 내 건물 동수의 3분의 2 이상’이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15년 ‘구역 내 건물 연면적의 60% 이상’을 추가한 주거정비지수제를 도입했다. 동수에 면적 기준을 더하면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기가 더 어렵다. 당시 ‘뉴타운 열풍’ 이후 재개발 지역 주민 찬·반 갈등이 심각했기 때문에 아예 재개발 문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오 시장은 이 제도가 ‘재개발 걸림돌’이라고 본다. 그는 “현재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주거지 중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구역이 약 50%에 달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14%로 대폭 줄어든다”며 “상당수 노후 저층주거지 환경이 날로 열악해지지만, 재개발이 불가능해 슬럼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서울시 민간 재개발 ‘공공기획’ 순서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 민간 재개발 ‘공공기획’ 순서도. 서울시 제공

재개발 초기 정비계획 수립도 서울시가 주도한다. 이른바 ‘공공기획’이다.

오 시장은 “사전타당성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서울시 주도의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통상 5년에서 2년 이내로 대폭 단축하겠다. 3년을 앞당기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설명자료를 보면, 기존 재개발 절차상에서는 사전타당성조사, 기초생활권계획 수립, 정비계획 수립 등을 자치구가 도맡아 42개월 가량이 걸렸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절차를 주도하면 14개월 안에 끝난다. 자치구가 주도해도 어차피 서울시와 협의·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생략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전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주민동의율 확인 절차도 폐지한다.

공공기획은 민간 재개발 사업에서 초기 진입 단계만 공공주도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난해 8·4대책이나 올해 2·4대책에 나온 ‘공공재개발’, ‘공공주택 복합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공공(LH·SH 등)이 단독 혹은 공동 사업시행자로 전 단계에 관여하는 개념이다.

오 시장은 “공공재개발, 민간재개발이 상호 보완·경쟁하면서 주민들 선택에 의해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민간재개발, 공공재개발 모두 공공기획을 도입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롯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층 주거단지. 김기남 기자

서울 롯데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층 주거단지. 김기남 기자

오 시장은 재개발해제구역에 대한 재개발구역 재지정 의지도 확인했다. 그는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도가 심각해서 주거환경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은 신규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서울시가 재개발해제구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용역에 따르면, 저층주거지 해제구역 총 316곳 중 54%인 170여 곳이 건축물의 노후화가 심화돼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를 추진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불량 주거지역을 연 25개 이상 추가 발굴해 구역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구역지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관심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찬·반 주민 갈등 우려, 낮은 주택 공급 효과…보완책은?

문제는 서울시가 ‘쉽고 빠른’ 재개발을 유도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주민 찬·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다. 재개발사업으로는 주택 추가 공급 효과가 10~20% 정도로 크지 않다는 점도 있다. 자연히 사업성도 크지 않아 분담금 증가 등 문제로 과거 사업이 좌초된 지역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주택 공급 확대 효과를 보려면 재건축사업에 집중해야 하지만, 강남·여의도·목동 등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이상 거래 등 조짐이 심상치 않자 재개발대책부터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주민동의율 요건을 강화하는 대책을 제시했다. 현재 재개발사업 주민 제안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을 10%에서 30%로 올리는 것이다.

또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제한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층수 제한을 없앤다는 원칙을 밝혔다. 오 시장은 “현재 서울시의 2종 일반주거지역은 전체 주거지역의 약 43%를 차지하고, 그 중 7층 지역은 약 61%에 달한다”며 “2종7층 지역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공급 확대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방안으로 2025년까지 연평균 2만6000호씩, 모두 13만호를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13만호엔 정부 공공재개발 물량 6만호가 포함된다. 결국 ‘오세훈식’으로 접근하는 민간재개발 물량은 7만호다. 조만간 재건축 활성화 방안도 발표하는데, 2025년까지 연평균 2만2000호씩, 모두 11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국토교통부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좀 더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그 기반을 바탕으로 재건축 주택공급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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