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2) 고임금 업종에 여성이 ‘안 보이는’ 이유

여성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인식

정규직 안 뽑고 하청업체서 채용

사내하청 소속이던 300여명 여성

불법파견 판결로 정규직으로 전환

여성이 일하기 좋은 시스템 만들면

남성의 노동 강도도 완화될 수 있어

성인지적 관점으로 일터 개선해야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매우 커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7년째 ‘꼴찌’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받는다. 두번째로 격차가 나는 일본에 비해서도 10%포인트 내외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데이터로 뜯어보고자 했다. 1회 ‘채용’에 이어 2회는 ‘고임금 업종에서 여성을 찾기 힘든 이유’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생산공장 기술직 직원 공개 채용에서 여성을 선발한 적이 없다. 산업재해를 당해 일할 수 없게 된 직원의 가족을 우선 채용할 때 여성을 뽑은 경우 등은 있었지만 ‘신입 공개 채용’에서는 여성 채용은 ‘0명’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에는 30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내하청 업체 소속이었다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나면서 정규직이 된 인원이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에서는 ‘여성은 남성보다 거칠고 힘쓰는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정규직으로는 여성을 뽑지 않으면서 사내하청에서는 여성을 남성들과 다름없이 생산라인에서 일하게 했던 이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15년, 8년, 17년. 지난달 26일 현대차 울산공장에 만난 여성노동자 김나경씨(44), 이승은씨(31), 정윤정씨(52)가 정규직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같은 협력업체에서 일해도 남자 동료들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여성들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같은 공장에서 남자들하고 비슷한 일을 했는데 왜 나만 정규직에 지원할 수 없나 이해가 안됐어요.” 김나경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의장3부에서 일하는 정윤정씨가 지난 1월 26일 자동차 ‘도어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의장3부에서 일하는 정윤정씨가 지난 1월 26일 자동차 ‘도어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함께 일해도 정규직은 ‘남성’만

김씨는 2000년 현대차 협력업체인 동서DNS에 입사했다. 완성차 품질을 재검사하는 곳이었다. 2003년 ‘협력업체에서 2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현대차에 지원할 수 있다’는 공고가 났다. 남성 동료들은 여럿 현대차 정규직이 됐다.

1년 뒤인 2004년에도 채용이 있었다. 이번에는 회사 남성 동료가 원서를 넣으러 간다기에 김씨도 따라가서 이력서를 냈다. “제 이력서 버리시면 안돼요.” 정문에서 서류를 받던 경비 아저씨에게 부탁했다. “안 될 줄 알았지만 오기로 넣었죠.” 그는 불합격했다.

김씨가 다닌 협력업체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회사 이름이 바뀌었지만 업무환경은 변한 게 없었다. 그는 2010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함께 불법 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함께 하면서 해고됐다. 지난한 기다림 끝에 법원에서 사내하청이 불법 파견으로 판결나면서 2015년에야 현대차 정규직이 될 수 있었다. 현재 김씨는 시트설계부에서 일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시트 디자인이 나오면 실제 자동차 좌석에 맞게 재조정하는 일을 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을 다듬는 일이다.

이승은씨도 김씨와 비슷한 경로로 현대차 생산공장에서 일하게 됐다. 이씨는 2012년 완성차 검사를 하던 현대차 협력업체인 성신테크에 입사했다. 이 업체는 여성 노동자들만 있었다. 그도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결 이후 2020년 7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금은 현대차 엔진공장 생산관리부에서 일한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부품을 조립해 지게차, 버스 등에 들어가는 엔진을 만들고 있다.

정윤정씨는 2001년 현대차 협력업체 정운산업에 입사했다. 차 마크(엠블렘)을 붙이는 공정을 주로 했다. 김씨, 이씨와 마찬가지로 불법파견 판결 이후 2018년 1월 현대차 정규직이 됐다. 현재는 ‘도어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속한 작업 라인의 노동자 36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시트설계부에서 일하는 김나경씨가 지난 1월 26일 자동차 시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시트설계부에서 일하는 김나경씨가 지난 1월 26일 자동차 시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왜 하청업체에는 여성들이 있었을까

한국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직 정규 공채로 여성을 뽑지 않았는데, 이 두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을 했다. ‘낮은 임금’ 때문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최저임금만 줘도 되는 노동자, ‘반찬값 벌러 나온 노동자’로 규정하면서 ‘값싼 노동력의 확대’로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싼값에 ‘부속노동’을 맡길 수 있는 존재였다. 사측과 매년 노사협상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을 할 수 있는 ‘협상력’이 있었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2만여 개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 제작 공정에서 정규직 공정보다 열악한 공정이 1차 하청업체들에, 그보다 더 열악한 작업이 2차 하청업체들에 맡겨졌다. 그런 작업의 보조 역할이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하청업체에는 노조라는 울타리가 없으니까 해고도 쉬웠다. 여성은 더 그랬다. 김씨는 “정규직 되고 가장 달라진 점은 여성 노동자라도 회사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은 주로 생산·품질관리 쪽에서 일했다. 회사는 불법파견 판결이 ‘의장 라인’(메인 공정)을 중심으로 났기 때문에 생산·품질관리 쪽은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고 위협을 느낀 여성들은 노조에 대거 가입했다. 김씨는 “불법 파견 논의에서 여성들이 배제된다는 것에서 화가 났다”며 “(하청업체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될 수도 있어 망설였는데 그대로 있어도 어차피 잘릴 것 같아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도 ‘남성’부터

법원은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내렸다. 이후 해당 사내하청 남성 노동자들은 일반 채용을 통해 정규직이 됐지만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들은 2014년 노사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김은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여성문화실장은 “당시 합의안은 강제성이 떨어져 전체 5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여성은 1~2명에 불과했다”며 “남성 위주 공장이다보니 회사는 여성에게는 뭔가를 더 해줘야 한다며 불편해했고 여성을 배정하는 걸 까다로워 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여성들이 정규직 전환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노사가 하청업체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하는 합의안을 만든 이후다.

기아도 법원에서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난 이후 초기에는 여성 노동자를 철저히 배제했다. 전체 불법파견 노동자 중 여성 비율은 20%였지만 2013~2017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한 1500명 중 여성은 1명도 없었다. 엄재연 금속노조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과정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과 배제의 양상을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에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통해 여성 채용 차별이 여론화되자 기아는 2018년 6월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 26명을 정규직으로 처음 전환했다. 당시 기아 정규직 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준비 없는 여성 정규직화는 혼란을 키운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성 화장실, 탈의실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러한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은 ‘조금’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속노조 기준으로 현재 여성 조합원 비율은 현대차 5%, 기아 2% 정도다. 권수정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여성이 못하는 일이라면 비정규직에도 여성이 없어야 했다”며 “남성들은 ‘채용’의 형식으로, 여성들은 ‘투쟁’의 형식으로 ‘겨우’ 정규직으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여성 신입 공채 ‘0명’ 현대차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정규직 전환이 끝이 아니었다. 실제 여성들이 라인에 배치될 때까지 공장에서는 “우리 쪽으로 오면 안 된다”는 손사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성들이 배치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각 공장에서 “우리는 안 된다”고 했다. ‘저번 달에 받았으니까 이번 달엔 안 된다’는 등 이유도 많았다.

공장 배정 소식이 전해지면 그 다음엔 부서별로 “우리 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부서 배정이 되면 각 조, 반에서 “우리는 안 된다”고 했다. 회사도, 노조도 여성을 꺼렸기에 여성 노동자들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씨는 “입사하기 전부터 ‘들어가면 어차피 환영 못 받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을 해야 하니 배정된 반에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고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선물을 해 가면 반응이 좋았는지 공유하기도 했다. 김씨는 “배정받은 반에 처음 인사갈 때 떡을 해가면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를 나눴는데 참 속상했다”며 “SNS에는 남자 동기들도 있었는데 남자들은 ‘떡해갔다’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상대적 고임금, 그보다 ‘고용안정성’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근속 기간을 다 인정받진 못했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 기본급은 소폭 올랐다. 비정규직 때와 가장 큰 차이가 난 것은 성과급이다. 하청업체에서 일할 때는 성과급이 일부만 나왔지만 정규직이 되니 달라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이가 많이 났던 의료비, 교육비 등 복지 지원도 크게 달라졌다. 김씨는 “연봉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민규 실장은 “사실상 같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정규직 신분이 되면서 임금이 올랐다는 것은 하청업체 임금이 저평가돼 있었다는 뜻”이라며 “회사는 불법 파견을 하면서 임금을 낮추고 비용을 아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좋아진 것은 ‘고용 안정성’이다. 김씨는 “비정규직으로 일할 때는 일부 힘을 가진 정규직이 ‘저것들 다 들어내라’ 하거나 소장을 오라고 해서 ‘누구누구 잘라라’ 할 수 있었다”며 “목숨이 간당간당했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가입하고 정규직 전환이 된 후에야 노조의 그늘 아래서 안정됐다고 느꼈다.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엔진사업부 직원 이승은씨가 지난 1월 26일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엔진사업부 직원 이승은씨가 지난 1월 26일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근력? “여성이 못하는 일은 없어요”

‘중후장대 산업’은 근력이 필요해 여성이 일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일까.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이 자동화되면서 근력 필요성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며 “‘물통을 못 들어서’ 자동차 회사에 못 들어가는 게 아니라 여성은 일할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지원하지도, 선발하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노동자들도 ‘중량물(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 작업’ 때문에 여성이 일하기 힘들다는 생각은 이제 ‘구시대적’이라고 했다. 여성에게 가볍고 쉬운 일만 배정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이라서 가벼운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성이 맡으면 일 자체가 가볍게 치부당하는 일이 되레 흔하다. 한 부품사의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이 회사에서는 사출 기계를 다루는 일은 남성, 섬세한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후가공 업무는 여성이 맡고 있었다. 후가공 업무는 하청업체의 일이었고 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된 이후에도 ‘성별 구분선’은 유지됐다.

작업 강도는 오히려 후가공이 더 셌다. 사출 작업을 하는 남성이 쉴 때 후가공 작업을 하는 여성들은 계속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커지자 모두가 휴게시간을 갖게 됐다. 휴게시간을 갖게 했을 뿐인데 직무의 위계구조가 변했다. 여성들만 담당하던 후가공 업무에 남성들이 배치되기 시작하면서 후가공 업무의 위계가 사출 작업과 ‘동등한 입장까지’ 올라간 것이다. 엄 위원은 “‘여성의 일’이 ‘남성과 여성의 일’로 바뀌면서 해당 직무의 위계가 올라갔다는 것은 작업장에 작동하고 있는 젠더 권력관계를 잘 반영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제 여성들이 수적으로 늘어나 남녀 구분 없이 동일 라인에서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문제는 얼마나 ‘일하기 좋은 자동화’이냐다. 권수정 부위원장은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자동차 회사 공장에 가보면 라인이 180도 돌아가고 노동자가 앉아서 볼트를 끼울 수 있게 돼 있다”며 “반면 현대차 시스템은 노동자가 서서 위를 바라보고 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공정이 남성 노동자조차 배려하지 않고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키가 작든 크든, 몸이 마르든 체격이 크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모두가 일할 수 있는 공장이 된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100가지 공정이 있다면 여성이 하기 힘든 공정은 3~4가지라고 본다. 중량물을 취급하는 공정 등 3~4가지는 여성에게만 힘든 공정이 아니라 남녀 모두 불편한 공정이다. 일부 장년층 남성들마저 꺼리는 업무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근골격계 질환의 우려가 크다. 그런 공정은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생산 공장에서 ‘여성’이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 남성의 노동 강도도 완화된다는 분석도 있다. 오민규 실장은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공정을 만들면 ‘모두가 함께 일하는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작업장에 있는 남성 화장실. /한수빈 기자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작업장에 있는 남성 화장실. /한수빈 기자

‘첫 여성들’은 ‘화장실’을 만든다

성인지적 관점으로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남성들만 있던 공장에 여성 화장실이 없었다. 여성들이 일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화장실 이슈’가 생겨난다. 여성 노동자들이 공장에 ‘생겨난 지’ 5년여 지났지만 노조가 여성 조합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면 아직도 건의사항의 절반이 ‘화장실’과 ‘탈의실’ 문제다. 애초 공장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성 화장실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회사는 초기에 남성 화장실에 남자들 없을 때 틈틈이 들어가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제일 안쪽 칸을 ‘여성칸’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화장실은 부족하다. 정씨가 일하는 도어라인 옆에는 여성 화장실이 없다. 같은 라인 남성 조합원들은 화장실이 바로 앞에 2개가 있고 목욕탕, 헬스장도 있지만 여성 조합원들은 공장 끝쪽 화장실의 5~6칸을 나눠써야 한다.

10분의 휴식 시간도 부족하다. 휴식 시간 중 화장실 줄이 길면 기다려야 한다. 정씨는 “어떤 날은 기다리다 손도 못 씻고 오고 물을 마시는 것이 걱정될 때도 있다. 늦을 때는 파트장에게 전화해야 하는데 당연히 반응이 좋지 않다”며 “작년 대의원대회에서 화장실 한 칸이라도 내달라 요구했지만 장소를 1년 넘게 찾다가 장소를 구했는데도 예산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올 1분기에 다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실장은 “회사는 오히려 화장실을 만들어주겠다고 하는데 남성 조합원들을 설득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난항”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고용정책에 젠더 관점이 더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노조가 얘기하는 ‘고용’에는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다. 총 고용유지를 주장하거나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예상될 때도 성별 다양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엄 위원은 “해당 부문에서 여성의 일자리 비중은 어떠해야 하는지, 최소한의 하한선 목표는 무엇인지, 여성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교육 훈련 프로그램은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금속노조 고용정책에 젠더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최초’로 여성 생산직 선발할까

인터뷰에 응한 여성 노동자들은 여성이 매우 적은 사업장에서 기계를 다루며 살아온 자부심을 느낀다. 이씨는 “임팩(볼트·너트를 조이는 도구)을 쏴서 깔끔하게 볼트를 조일 때 느끼는 ‘손맛’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가르친다. 이씨는 “‘누나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면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씨도 “차가 찌그러졌을 때 펴고 페인트칠하는 ‘차체반’ 작업 같은 기술력을 쌓을 수 있는 공정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400명, 내년 300명의 기술직(생산직 노동자)을 신규 채용한다. 10년만의 생산직 신규 공개 채용이다. 오는 14일까지 지원자를 모집한다. 서류 전형과 1차 면접, 인적성 검사, 2차 면접, 신체검사를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고졸 이상, 연령·성별 무관(남성의 경우 병역필 또는 면제)’이다. 일단 지원 자격에 ‘성별’의 차별은 없다.

현대차가 생산직 공개 채용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뽑을지 여성 노동계는 주목하고 있다. 정씨는 “최소 10%는 여성을 뽑아야한다”며 “여성들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공정이 많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남성과 여성 채용비율이 50 대 50이 되는 게 꿈”이라며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일하려면 배려 받는 게 아니라 ‘동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임아영(소통·젠더데스크) 황경상·배문규·이수민·박채움(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조형국(사회부) 이아름·유선희(플랫)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여성 신입 공채 ‘0명’ 현대차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기획 시리즈 목차

■2회. ‘중후장대’ 고임금 업종 여성 ‘안 보이는 이유’


■1회. 인적자본 차이 없는 신입 ‘채용’은 공정할까

<아래 링크에서 공공기관 면접 성비·채용 성비 통계를 직접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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