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3)‘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진다

전체 공무원 절반은 여성이지만

중앙 부처 과장은 5분의 1 안돼

보직 절반, 여성이 한 번도 못 맡아

성별 고정관념 반영된 보직 배치

상위 관리직 승진 차별까지 연결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매우 커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7년째 ‘꼴찌’다. 2021년 기준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9000원을 받는다. 두번째로 격차가 나는 일본에 비해서도 10%포인트 내외의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을 데이터로 뜯어보고자 했다. 3회는 ‘보직 차별’이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들여다봤다.


‘협력, 지원, 국제, 통상….’

지난 10년 동안(2013~2022년) 정부 중앙부처에는 9503명의 과장이 있었다. 이 중 남성은 7653명, 여성은 1850명이다. 여성은 다섯 중 하나도 안 된다. 그 적은 중에도 유독 서두에 소개한 단어들이 들어간 보직들을 여성 과장들이 많이 맡았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공직에 진출한 여성은 남녀평등 제고 정책들을 통해 수적으로는 늘었다. 2021년 전체 공무원 115만6326명 중 여성은 56만2018명(48.6%). 2000년대 들어 ‘공직 여풍’이 불고 행정고시(5급 공채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도 절반에 육박하면서 공직 내 성평등은 이뤄진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성평등과는 거리가 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에게 장애가 되는 ‘유리천장’과 ‘유리벽’이 쉬이 부서지지 않고 있다. 핵심 업무는 남성으로 채워지고, 성별 직무 분리도 남아있다. 뭉뚱그려진 여성 공무원 절반이라는 숫자 너머 10% 남짓한 고위직 여성 비율, 성별 고정관념에 따라 주어진 ‘젠더화된 보직’이 그러하다. 중요 보직을 맡아야 승진이 유리해지는 구조에서 이러한 보직 차별은 승진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들이 맡은 일이 어떤 종류인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경향신문 특별기획팀은 중앙 정부의 부 17개(기획재정부 미제출), 처 4개, 위원회 6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등 총 28곳의 지난 10년간 과장급(4급) 이상 인사 보직 자료(일부 부처 집계 연도 차이 있음)를 13개 국회의원실을 통해 받아 분석했다. 2022년 말 기준 누적인원 1만3216명에 달하는 과장, 국·실장 인사 정보를 직급별 성비, 재직기간, 성별 주요 직위 보직 여부, 연도별 재직 비율 등으로 다양하게 들여다봤다. 10년치 데이터를 모아 행정부 과장급, 실·국장급의 성별 보직 현황을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기획·인사 vs 협력·지원

지난 10년 동안 부처마다 많게는 200여개, 적게는 14~15개의 과장 보직이 있었다. 그중 남성이 한 번도 맡지 못한 보직은 대부분 부처에서 10~20% 정도지만, 여성이 한 번도 맡지 못한 보직은 절반을 웃돈다. 여성 과장의 절대 수가 남성에 비해 적었던 점을 간과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적은 와중에 특정 단어가 들어간, 비슷한 성격의 업무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치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여성 과장이 많이 맡은 보직을 순서대로 정렬해 보니 전 부처에서 ‘협력’, ‘지원’, ‘국제’, ‘해외’, ‘통상’, ‘교류’, ‘소통’ 등의 단어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파방송관리과장·거대공공연구협력과장·다자협력담당관·미주아시아협력담당관 순이었으며, 단 1명인 여성 고위공무원도 국제협력관을 거쳤다.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지원과장·공공주택지원과장·국제협력통상담당관·자동차정책과장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험제도과장·건강증진과장·국제협력담당관·해외의료총괄과장 등이다. 교육부는 여성 최다 보직이 국제교육협력담당관(과장급)과 국제협력관(국장급)이다. 산업·통상·에너지 업무로 나뉘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여성이 2번 이상 맡은 17개 보직 중 11개가 통상 관련 업무다.

공직에는 소위 ‘승진’ 자리가 있다. 부처 조직도의 앞단, 상단에 있을 수록 핵심 보직으로 여겨진다. 부처 핵심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보직에도 여성이 많다. 법무부는 수도 적은 여성들이 주로 맡은 보직이 인권(여성아동인권과장·인권정책과장·인권조사과장·인권구조과장)과 이주민(국적과장·외국인정책과장·난민심의과장·난민정책과장) 쪽이다. 고용노동부는 여성이 가장 많이 맡은 보직이 외국인력담당관·직업능력평가과장이며, 여성만 맡은 보직 중 최다는 장애인고용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정책과장·저작권정책과장·저작권보호과장은 남성만,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출판인쇄산업과장은 여성만 맡았다. 그 외 여성·가족·아동 관련 보직이 주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경향은 부처의 공통된 모습이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직무 분리의 결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온화함·유연성·공감 등은 ‘여성적’ 특성이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들이 협력하고 교류하는 일에 알맞다고 여겨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기획·전략적·도전적 등은 ‘남성적’ 특성으로 여겨졌고, 그런 업무가 남성들에게 주어졌을 수 있다.

보직의 젠더화(‘여성다움’ ‘남성다움’ 같은 이분법적 성역할·고정관념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획, 인사를 비롯한 핵심 업무를 경험 못하면 승진이 어려울 수 밖에 없고, 고위공무원단에 진입해도 추가 승진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된 보직 배치는 승진 차별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주요 보직을 여성들이 얼마나 맡았는지 판단하기 위해 각 부처 전체 과장 직책의 여성 비율과 국·실 주무과장(+운영지원과장·인사과장)의 누적 여성 비율을 비교했다. 여성 과장 비율보다 여성 주무과장 비율이 낮은 경우는 19곳, 그 격차는 0.8~12.0%포인트였다. 여성 과장 비율보다 여성 주무과장 비율이 높은 경우는 7곳, 격차는 0.3~6.0%포인트였다. 여성들이 주요 보직을 상대적으로 덜 맡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운영지원과장은 고위공무원단 진입 1순위로 꼽히며,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은 국·실장 승진의 핵심 경로이다. 운영지원과장은 누적 183명 중 여성이 22명(12.0%)이었으며, 정책기획관 역시 192명 중 여성이 21명(11.0%)에 그쳤다. 여성 비율이 높은 부처도 이들 핵심 보직에는 여성의 수가 한둘에 그쳤으며, ‘여초’인 여성가족부도 운영지원과장은 남성 위주(11명 중 10명)였다. 법무부의 핵심 보직인 법무실장(9명)·검찰국장(11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모두 남성(6명)이었고, 인구정책관 산하 과장도 남성(26명)이 여성(13명)의 두 배였던 것도 눈에 띈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여성이 승진에서 겪는 구조적 차별은 ‘올라갈 수 있는 것처럼 투명해 보이지만 막상 나아갈 수 없는’ 유리천장으로 설명된다. 유리천장은 유리벽이 만든다. 유리벽은 ‘성에 따른 직무 분리’를 의미하는데 핵심 직책에는 여성이 별로 없고 여성은 보조 역할에 대부분 종사하는 상황을 말한다. 여성이 조직 내 주요 보직으로 수평 이동을 못하면, 상위 관리직으로의 수직 이동도 불가능하다.

문미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 승진 차별 관련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여성이 주요 보직을 맡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교육을 해도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하면 업무 역량이 커질 수 없는데 여성은 경험의 기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보직 경험에서 막히는 것을 유리벽이라 할 수 있다”며 “여성의 숫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 있는 자리를 여성이 맡아야 관리자도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직의 성별 직무 분리

인사혁신처는 2019년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계획을 세우고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을 과제로 내세웠다. 중앙부처 본부과장급 여성 공무원은 2018년 17.5%에서 2021년 24.4%, 여성 고위공무원은 2018년 6.7%에서 2021년 10%로 늘어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실질적’ 성평등과 부합할까.

분석 결과 과거 여성 관리자가 전무했거나 비율이 한 자릿수였던 부처들도 지금은 여성 비율이 10%를 넘겼고, 여성 수습 사무관 선호도가 높았던 부처들은 여성 과장 비율이 절반을 넘기도 했다. 현재 중앙부처 고시 출신 국장급은 1990년대 중후반 입직자, 과장급은 2000년대 초반~중반 고시 출신 입직자가 주류로 볼 수 있다. 5급 공채 합격자(외교관 포함) 여성비율은 1997년(9.2%)까지 한 자릿수에 그치다 1998년 16.5%, 2004년 34.0%에서 2008년 47.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40% 안팎을 오가고 있다.

여성 과장 전체 비율은 30%까지 올라왔지만 부처별로 상황이 다르다. 2022년 말 기준 전체 1474명 과장 중 남성 과장은 1030명(69.9%), 여성과장이 444명(30.1%)이다. 2022년 현직 여성 과장 비율이 가장 높은 부처는 여성가족부(73.1%)이며, 교육부(55.1%), 문화체육관광부(51.8%), 외교부(51.2%), 법제처(45.2%)가 뒤를 이었다. 여성 과장 비율이 낮은 곳은 중소벤처기업부(7.3%), 금융위원회(7.7%), 산업통상자원부(10.3%),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14.0%), 국토교통부(15.6%) 순이다. 여성 과장 비율이 높은 곳들도 국·실장 비율을 보면 여성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행정안전부는 여성 실·국장이 한 명도 없으며,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각 1명이다.

①경제부처 vs 사회부처

부처 간 성별 분리 경향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15.6%)·금융위원회(7.7%)·산업통상자원부(10.4%)·중소벤처기업부(7.3%)와 같은 경제부처의 여성과장 비율은 10% 안팎에 그쳤지만, 사회부처인 고용노동부(39.2%)·교육부(55.1%)·문화체육관광부(51.8%)·보건복지부(44.3%) 등은 40~50%였다.

경제 부처 업무는 남성의 일로, 돌봄과 같은 사회부처 업무는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성별 고정관념이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경제 부처는 돈줄을 쥐고 있거나 사업 규모가 크며, 사회 부처는 대체로 돈을 쓰는 곳이다.

가장 힘 있는 부처인 기재부는 연구자·공무원들 사이에서 ‘문제적’ 부처로 꼽혔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기재부와 산하기관 성비가 지적된 바 있다. 기재부는 여성 고위공무원 1명, 3급 1명, 4급 20명이었으며, 국세청·관세청·조달청은 여성 고위공무원이 아예 없었다. 당시 김현미 전 의원은 말했다. “이런 얘기 하면 대부분 남성들의 공통 답변이 있습니다. ‘진급할 대상이 없어서’.” 2021년 인사혁신처 자료에선 기재부 여성 본부과장급이 15.5%(116명 중 18명), 고위공무원은 3.2%(62명 중 2명)였다. 이번에 자료 제출을 거부해 수치 너머 실태를 파악할 순 없었다. 기획재정부는 “10년치 방대한 자료를 시스템상 뽑아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②고위직 vs 하위직

정책 기획과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보다 집행과 민원이 주업무인 처·청 단위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하위직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뚜렷하다. 인사혁신처 국가직 여성공무원 현원(2021년)을 보면, 고위공무원(8.2%)·3급(14.4%)·4급(22.4%)·5급(27.6%)과 6급(34.7%)·7급(46.9%)·8급(49.3%)·9급(47.9%) 등으로 여성 비율이 대조된다. 시간선택제(84.3%)와 한시임기제(84.2%)에서도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이러한 불균형은 지방직에선 더욱 심해진다. 박시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구조적 차별이 없다면 승진에서도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여성 공무원이 많아졌다지만, 급수가 올라갈수록 남자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민원 부서에는 주로 여성들이 배치된다. 여성들이 친절하게 대하면 민원이 금방 마무리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자리는 단순 업무라 승진고과를 받기도 어렵다. 행정·기획·감사·예산 등 주요 업무는 남성들이 맡는다. 박 위원장은 “여성은 부드럽기 때문에 서비스업 같은 민원 업무에 적합하고 남성은 야근 많고 회식 많은 본청 업무에 적합하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며 “인사 실무를 꽉 쥐고 있는 것도 남성 담당자에게 지난해 왜 여성들이 민원실에 배치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여성이 원한다고 답했다. 제대로 묻지도 않고 여성들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 관리자들이 ‘명예남성’처럼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박 위원장은 “여성 관리자들이 ‘나 때는 출산하고도 두 달 만에 나왔다’ ‘남자처럼 일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며 “자신을 포기하고 사회가 원하는 수퍼우먼이 되어야 승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구조화된 차별”이라고 말했다.

▶중앙 부처 여성관리자 전체 분석 자료는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30%의 임계점, 조직 변화 만든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은 3명이고, 차관·차관급 41명 중 여성은 2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에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옳은 말은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여성을 차별해 입직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 여성 공무원 채용을 10~20%로 제한했다. 1989년 공무원 성별제한모집이 철폐되고, 1995년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 등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도입되면서 여성들도 공직에 본격 도전하게 됐다. 하지만 역사적 차별의 영향으로 고위공무원단에는 여성이 적은 상황이다.

여성들의 업무 선호도가 떨어지거나 기술고시 출신이 많은 부처들도 여성의 수 자체가 적다. 정우진 국토교통부 운영지원과장은 “2000년 입직한 나의 경우 동기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고, 한 기수 아래에 한 명일 정도”라면서 “2010년대 들어 여성 사무관이 늘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영상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 인사팀장은 “과장급 이상은 여성 비율이 20%도 안되고, 서기관·사무관은 30% 정도”라면서 “능력이 같다면 여성을 더 안배한다”고도 했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전체 여성 공무원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여성 공무원들도 공직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대 중반 입직한 여성 과장 A씨는 “업무 방식이나 분위기가 초임 사무관 때보다 유연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 이유로 “여성의 숫자가 늘면서 권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눈치를 덜 보게 됐다”는 것이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숫자의 중요성’을 밝혔다. 캔터는 조직 내 여성 비율이 15% 이하인 경우를 ‘토큰(token)’이라고 정의했는데, 토큰 여성은 희소성 때문에 특별한 기대를 받아 ‘잘함’과 ‘못함’이 과장돼 평가받는다. 실수를 하면 ‘여자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구색 맞추기 단계를 지나 여성 비율이 30%의 임계점을 넘어서면 조직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캔터는 분석했다.

여성 과장 B씨는 “차별을 느끼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부처 업무 특성을 이유로 꼽으며 “일의 성패가 명확히 나오는 부처라 결과 중심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이 승진한다”며 “성별 능력 차가 없으니 여성이라 승진·보직 배치에서 불이익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업무 결과가 명확해 결과 중심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부처 상황은 여성들이 ‘시험’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성과 측정이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한 부처일 경우 남성 네트워크가 작용해 여성에게 불리할 수 있다. 여성 사무관 C씨는 “과장급에는 여성이 많아지고, 조직 분위기도 사기업보다 낫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고위직은 남성이 대부분이고, 부서장도 상명하복 확실한 남성 직원을 선호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남성 관료제’ 말고 ‘대표 관료제’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얼마나 앞당길 것인지가 문제다. 강수진 인사혁신처 통합인사과장은 “매년 부처별 여성 관리직 임용 계획을 받아 그 결과를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여성 입직이 늘었기 때문에 수치는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인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는 “부처 사정에 따라 목표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만 했다.

더 이상 ‘여성이 없어서’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이주희 교수는 “여성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관성대로 해 여성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이라며 “대표 관료제(여성·장애인 등 한 나라 인구 구성을 고르게 반영해 모든 집단에 공평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인사 제도)와 같은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관리자가 늘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하다. 문미경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은 모든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면서 “남녀가 반반이면 정책결정자 비율도 그 정도는 되어야 균등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행정부 보직 자료 제공
강민정 권인숙 박용진 신정훈 유정주 윤건영 이동주 이원욱 이형석 장경태 정춘숙(이상 더불어민주당) 배진교 장혜영(정의당) 의원

■ 특별취재팀
임아영(소통·젠더데스크) 황경상·배문규·이수민·박채움(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
조형국(사회부) 이아름·유선희(플랫)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세계 여성의 날…여성에게 ‘여성다운’ 업무?…보직차별이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27년 꼴찌’ 성별임금격차] 기획 시리즈 목차

■3회. 보직차별은 승진차별로 이어진다


■2회. ‘중후장대’ 고임금 업종 여성이 ‘안 보이는 이유’


■1회. 인적자본 차이 없는 신입 ‘채용’은 공정할까


<아래 링크에서 공공기관 면접 성비·채용 성비 통계를 직접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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