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허가·특허 조항’ 미국도 독소조항으로 규정

박은하 기자

특허권 과도한 보장 ‘약값 인상’ 우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의약품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항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제18.9조 5항)와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제도’(제5조)이다. 이 두 조항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과도하게 보장, 의약품 가격결정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국내 제약업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국내 제약회사가 사전에 허가를 받아 특허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복제약을 시판할 수 있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고, 특허권을 가진 회사가 독점이익을 누리는 기간은 연장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는 “복제약은 원약의 90% 효과를 보며, 의약품의 시장가격을 80%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복제약 출시가 늦어지면 환자들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복제약 시판이 9개월 지연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에 연간 367억~794억원 매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허가-특허 연계 조항은 2007년 미국에서조차 독소조항으로 규정됐다. 이후 미국과 FTA를 맺은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 조항을 강제규정에서 권고규정으로 변경했다. 한·유럽연합(EU) FTA에는 해당 조항 자체가 없다.

그러나 한·미 FTA에는 이 조항이 강제규정으로 포함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는 이유로 조항 중 일부 규정의 시행을 협정 발효 3년 이후로 유예하는 데 그쳤다. 따라서 현재 출시된 약보다 앞으로 새로 개발될 약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의약법 등 한·미 FTA 관련 이행법안들을 비준안과 함께 강행처리함에 따라 유럽이나 일본 제약사까지 허가-특허 연계 조항의 혜택을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송미옥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대표는 “약값은 당장 하루아침에 뛰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미국과 FTA를 맺은 호주는 2008년 기존 의약품과의 효능 비교를 통해 가격을 책정하던 정책을, FTA 협정문에 따라 ‘특허약은 효능과 별도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FTA로 인해 약값이 오른 것이다.

이해 당사자가 약값을 두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아닌 제3기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제도’도 문제가 많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경제성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지 약가 협상 자체가 검토 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제성 평가를 근거로 약가 협상을 하게 되는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말장난”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이의신청 범위와 검토기구의 구성요건을 변경해달라고 계속 요구할 수 있고, 우리는 그때마다 재협상에 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은 2007년부터 ‘독립적 이의신청 검토기구에 다국적 제약회사 단체를 참여시킬 것’ 등 약가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

특허기간 복제약 판매 허가를 신청한 회사를 상대로 특허권자가 소송을 내면 허가 신청 절차가 자동 정지되도록 하는 제도. 소송 기간에는 복제약 시판을 미뤄야 한다.

▲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 제도

의약품 및 치료재료 제조자, 수입업자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치료재료의 보험 급여 여부 및 가격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 한국은 미국이 FTA를 맺은 다른 나라와 달리 양국 민간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를 두도록 한 점이 특히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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