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때처럼 다양한 계층·연령 참여, 집회 독려는 ‘SNS’

정희완·배문규·남지원 기자

한·미 FTA 후폭풍… 2011 집회의 특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무효를 주장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26일까지 닷새간 계속됐다.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열린 촛불집회와 비슷하다. 다만 이번 집회 참가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구심점으로 해 모이고, 건강보험제도 붕괴와 의료 민영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점이 다르다.

■ 집회 참여 독려는 SNS로

2008년 촛불집회 소통과 연락의 장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였다면 이번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시민들을 집회 현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신미연씨(32)는 “페이스북을 보니 많은 친구들이 집회에 간다고 해서 안양에서 일을 마치고 왔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양(15)도 “트위터를 보고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 날치기한 나쁜 의원님들 퇴출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한·미 FTA 비준안 통과 당일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이모씨(47)는 “트위터를 통해 날치기 소식을 보고 집회에 왔다. 트위터를 통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더라”고 전했다.

■ 의료비 인상 우려 높아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한·미 FTA 시행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의료비를 큰 문제로 꼽았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아내와 함께 참가한 김철우씨(55)는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의료비가 올라갈 텐데 심각한 문제”라며 “2008년 촛불집회 후 처음 나왔다. 촛불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생활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 10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김선영씨(26)는 “의료보험 민영화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카페 게시판을 보고 처음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엄마 미안해, 아파서 미안해’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2008년 대규모 촛불집회의 시발점이 됐던 10대 여학생들도 의료비를 걱정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모양(17) 등 3명은 교복을 입고 24일 집회에 나왔다. 추위에 대비해 담요와 장갑 등을 준비해온 이들은 “공부도 해야 하지만 나라도 중요하다. 의료비가 비싸진다고 들었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 대안학교 학생들이 많이 참여

이번 집회에선 대안학교 학생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강화도의 산마을고등학교에 다니는 신은솔양(17)은 친구 4명과 함께 26일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골목상권은 사라질 것이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독소조항도 문제다. 평화아카데미에서 강연을 들어 알게 됐다”며 “집회의 자유가 있는데 사람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보니 학교에서 배운 것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누구를 위한 국익이냐’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하나요’라고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25일 친구 2명과 함께 집회에 나온 경기 용인의 오상혁군(15)은 “한·미 FTA에 말이 많아 직접 조사해봤는데 말도 안되는 조항이 많더라. 미국에만 유리하고 농민들에게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도 많았다. 초등학생 두 아이, 남편과 함께 26일 광화문 집회에 나온 조성주씨(44)는 “국가 간의 거래에서 반대가 심하면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번 비준안 통과는 일방적이었다. 아이들을 행동하는 시민으로 키우고 싶어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경찰을 무서워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하는 자리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정부 편만 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을 보러 왔다 집회에 참석한 주부 김은기씨(42)는 “아이에게 역사적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도 관심있게 지켜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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