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환자, 5일간 지역 병원 3곳 떠돌다 자진신고 뒤 “확진”

최희진·박용근 기자

전국 환자 몰린 삼성서울병원… ‘확진 전 감염자’ 지역 활보

확진 무려 34명… 응급실 방문자들 지역사회 노출 위험

감염 땐 잠복기 끝나는 이번달 중순 전 증상 나타날 듯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격리되기 전 다른 병원을 방문하거나 지역사회를 활보한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4차 감염이나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메르스 2차 유행의 확산 기지인 삼성서울병원은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는 ‘빅5’(5대 대형병원) 중 하나인데다, 두번째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의 노출 장소도 유동 인구가 많은 응급실이라 아직 정부 관리망에 들어오지 않은 감염 의심자가 있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감염 의심자들의 잠복기가 끝나는 이달 중순이 메르스의 추가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제 환자, 5일간 지역 병원 3곳 떠돌다 자진신고 뒤 “확진”

■ 삼성서울병원 왜 유행기지 됐나

메르스 확진 87명 중 34명(39%)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왔지만 이들 확진자 거주지는 경기 부천·시흥·용인, 전북 순창,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빅5 병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14번 환자가 지난달 27일 누워 있었던 이 병원 응급실은 대기 환자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4년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보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의 과밀화 지수는 133.2%로, 전국에서 네번째로 붐빈다. 과밀화 지수는 응급실 체류시간을 병상수 등으로 나눈 수치로, 100%가 넘는 병원은 응급실 병상이 부족해 응급실 방문환자 상당수가 간이침대나 의자, 바닥 등에서 기다리게 된다. 응급실 진료 순서를 기다리다 감염된 대기 환자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병원 응급실 평균 대기시간은 6.3시간이다. 더욱이 응급실은 기관 삽관처럼 비말(침·가래에서 파생된 아주 작은 물방울)이 주위에 퍼질 수 있는 처치가 자주 이뤄지는 곳이다. 응급실은 일반병실보다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김제 환자, 5일간 지역 병원 3곳 떠돌다 자진신고 뒤 “확진”

■ 전국 활보한 감염자들

정부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간 사람 중 감염자들은 대부분 이번주 중반 이전에 증상이 발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일부 메르스 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정부 관리망 안에 들어오기 전에 지역사회를 자유롭게 오갔다는 점이다.

정부는 76번 환자(75)가 격리되기 전인 지난 5~6일 들른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과 6일 방문한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추적조사하고, 추가 환자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두 병원에서 추가적으로 메르스가 전파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지난 7일 긴급하게 역학조사를 했고, 그 사례에서 추가적인 전파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뒤 거주지로 돌아간 환자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전북 김제에서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ㄱ씨는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장모를 병문안하고 김제로 돌아온 뒤 지난 3일부터 체온이 38도까지 오르는 증상이 나타났다. 자신이 메르스 의심환자인 줄 모르던 ㄱ씨는 ㄴ병원을 찾아 객담검사를 받고, ㄷ병원에서 CT촬영까지 하고 ㄹ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지난 7일 삼성서울병원 방문자들의 신고를 받는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후에야 김제시보건소에 자진신고했다. 전북도는 ㄱ씨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10여일간 200여명을 접촉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부천에 사는 55번 환자(36)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부친을 간병하다 감염됐으며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요양병원과 찜질방·장례식장·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활보했다. 이 환자는 지난달 31일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는 증상이 발현된 후 전파되기 때문에 증상이 있는 기간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감염될 위험이 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의 밀접 접촉자들을 추적조사해 의심 증상이 발현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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