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정점’ 전에 방역 고삐 풀면 의료·치안 등 혼란 우려

허남설·김향미 기자

오미크론 대유행 속 거리 두기 완화하나

동부구치소 확진자 격리 텐트 법무부가 16일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구치소 체육관에 1인용 텐트를 설치했다. 수용자들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확진 이후 1주일이 지나 전염성이 낮은 모범수용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법무부 제공

동부구치소 확진자 격리 텐트 법무부가 16일 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구치소 체육관에 1인용 텐트를 설치했다. 수용자들 사이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확진 이후 1주일이 지나 전염성이 낮은 모범수용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법무부 제공

당국 “상황 급변에 정점 시점·규모 정확한 예측 어려워”
영국·프랑스는 정점 뒤에 방역 수위 낮춰 신중한 접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된 이후 확진자 폭증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앞서 재택치료를 대폭 확대하고 확진자 추적·검사를 사실상 종료한 것도 감염 폭증을 감안한 조치다. ‘확진 급증→재택치료 확대→정점 도달→방역조치 완화’ 패턴은 오미크론 대유행을 겪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문제는 확산 규모가 얼마나 불어날지, 정부가 그 정점에 대비해 방역·의료·치안 등 사회필수기능 유지를 위한 준비를 갖췄느냐다.

16일 신규 확진자는 9만443명으로 전날보다 3만3000명 이상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질병관리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월 말 13만~17만명 발생’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역당국도 이 예측치가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인지는 자신하지 못한다.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이날 “정점 도달 시점과 그 규모를 현재 예측하기엔 유행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관찰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월 말, 3월 초’에 정점이 올 것으로 본다. 다만 최근 잇따라 방역조치를 개편하면서 예측치의 변동성이 커졌다.현행 거리 두기 조치의 완화 여부에 따라서도 정점 시기와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유행 정점’ 전에 방역 고삐 풀면 의료·치안 등 혼란 우려

국내에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확인된 건 지난해 12월1일이다. 북미·유럽 국가들도 11월 말부터 오미크론 검출이 시작됐다. 북미·유럽 주요국은 1월 초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후 1월 말 유행 정점이 찾아왔다. 반면 한국은 1월 말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강력한 거리 두기 시행, 철저한 마스크 착용 및 높은 백신 접종률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정점 예측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 강화 조치로 누적된 민생경제 피해와 아직 정점을 알 수 없는 오미크론 확산세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완화가 사회 전반에서 방역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사적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감염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정부가 그런 결정을 내리면 ‘국민 여러분, (현재 유행 상황이) 별게 아닙니다’란 사인(신호)이 돼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 두기를 정점이 지난 후 전폭적으로 풀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방역의료 전문가로서의 입장”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도 방역조치 수위는 저마다 다르지만, 유행 정점이 지난 뒤에 수위를 낮춘 점은 비슷하다. 영국은 1월 초 확진자가 주간 100만명당 2690명까지 늘었다가 1360명까지 떨어진 지난 1월20일에 재택근무 종료, 방역패스 철회 등을 단행했다. 프랑스는 1월24일 100만명당 확진자가 544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 종료, 스탠딩 콘서트·클럽 재개 등 완화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중환자·사망자 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지만 이미 반등 조짐이 나타난 상태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 14일부터 300명대로 올라섰고, 2월 주간 사망자는 1주 146명에서 2주 187명으로 늘었다. 확진자 증가로 인해 보건·치안 등 필수분야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에선 한 파출소 직원 35명 중 19명이 확진됐다. 일부 대학병원에선 의료진이 격리돼 응급시술이 중단되는 일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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