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재난 불평등, 취약층부터 덮쳤다

박하얀 기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2m 빗물 들이쳐 발달장애인 등 3명 고립 사망

상도동서도 반지하방 주민 1명 숨져…취약가구 긴급 피난대책 시급

<b>주차장 바로 옆…창문으로 물 쏟아져</b> 지난 8일 밤 내린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집 안에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층이 9일 물에 잠겨 있다. 이들 가족이 살던 집은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 창문과 출입구 계단 등으로 유입된 물이 차올라 집이 잠기는 구조다. 박하얀 기자

주차장 바로 옆…창문으로 물 쏟아져 지난 8일 밤 내린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집 안에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층이 9일 물에 잠겨 있다. 이들 가족이 살던 집은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 창문과 출입구 계단 등으로 유입된 물이 차올라 집이 잠기는 구조다. 박하얀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거주하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이 폭우로 집 안에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동작구에서도 반지하방 거주민이 같은 사고로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0시26분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40대 발달장애 여성 A씨와 여동생 B씨, B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의는 “익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내놨다.

사고가 난 집은 지상 4층짜리 다세대주택의 지하주차장 바로 옆에 있다. 비가 많이 쏟아지면 주차장 쪽으로 난 창문과 출입구 계단 등을 통해 물이 유입돼 잠기는 구조다.

사고 당시 집 바깥에 물이 차올라 출입문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병원 진료를 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모친은 이웃 주민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B씨는 지인에게도 침수 신고를 요청했고, 지인은 전날 오후 9시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 안에 물이 가득 들어차 있어 소방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하지만 배수 작업 이후 일가족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방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2m30㎝인데, 피해 가족의 집은 비가 2m 넘게 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이웃 주민은 “사고 2시간 전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양동이 같은 것으로 빗물을 받고 있었다”며 “걱정스러웠는데, 사고가 나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주택 반지하층에는 A씨 가족만 거주했던 게 아니다. 맞은편 집에는 다른 가족이 살았다. 비장애인인 이들은 폭우가 쏟아지자 집으로 찾아온 가족이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제거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문혁 피플퍼스트 성북센터 활동가는 “발달장애인 가족이나 홀로 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가운데 주거 취약계층이 많다”며 “재난에 재빨리 대비하거나 예방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애인 가족과 어린 딸을 동시에 돌보는 B씨는 집 안에 물이 들어찬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이었지만 그에 대한 돌봄은 가족이 도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웃 주민은 “평소 장애인 활동을 도와주는 사람(활동지원사)이 동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센터는 ‘활동지원사가 고인이 일하는 보호작업장에 하루에 두 번씩 동행했고, 사고 때도 현장 수습을 했다’고 한다”고 했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발달장애인은 한 달에 120시간, 하루 4시간 정도 활동지원을 받는다”며 “(서비스 시간을 산정하는) 종합조사표가 발달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고, 가족과 함께 살면 점수를 더 못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도 50대 여성 C씨가 변을 당했다. C씨의 어머니는 반려견을 데리고 빠져나왔지만 C씨는 탈출하지 못했다. 같은 층에 살던 동생이 오후 8시27분쯤 곧바로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으나 C씨는 물이 가득 찬 집에서 오후 10시10분쯤 발견됐다.

C씨는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C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알려졌다.

10일까지 300㎜ 이상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된 상황이라 제2, 제3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폭우에 취약한 반지하 가구와 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긴급 피난 대책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폭우에 대비한 별도의 서비스는 없고 폭우 지원책으로 내려온 것도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최용걸 국장은 “위기 가정부터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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