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도 담임 맡아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세요” ― ○○○ 엄마 드림

조형국·박은하 기자

‘스승의날’ 안산 분향소에 쌓인 애절한 편지

“선생님이 칠판에 초코파이 하트 만드신 거 기억나요”

“뵈러 왔는데 왜 사진 속에서 말없이 웃고만 계신지…”

스승의날인 15일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숨진 교사들에게 보낸 학생, 후배 교사, 학부모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애절한 글들이 조문객들을 울렸다. 아래는 요약한 편지 내용이다.

▲ Dear. 지혜 선생님

선생님! 어제 선생님 뵙고 집에 오니까 선생님 웃고 계시는 게 계속 생각나서 ○○한테 연락해 선생님 또 보고 싶다고 해서 오늘 또 왔어요 ㅎㅎ. 저희 2학년 때 동영상 만든 거 있잖아요. 선생님이 칠판에 초코파이를 하트 모양으로 붙여주신 거랑 또 영어듣기 시간에 우리반 파이팅하라고 사연 보내주신 거. 이렇게 선생님은 저희를 항상 생각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는데. 그런 소중한 추억을 잊고 지내서 정말 저한테 화가 나요. 이제는 절대 잊지 않고 계속 생각하고 소중한 추억 항상 기억할게요. 선생님 많이 무섭고 추우셨죠. 가족한테 돌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저한테 최고의 선생님이세요.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제자 이○○ 올림.

<b>하늘로 보낸 편지</b> “늘 장난만 쳐서 죄송해요….” 제자가 스승의 영정에 바친 편지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스승의날인 15일 경기 안산시 정부 합동분향소의 단원고 교사들 영정 앞에 제자들의 감사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카네이션이 놓여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하늘로 보낸 편지 “늘 장난만 쳐서 죄송해요….” 제자가 스승의 영정에 바친 편지에는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스승의날인 15일 경기 안산시 정부 합동분향소의 단원고 교사들 영정 앞에 제자들의 감사의 마음이 담긴 편지와 카네이션이 놓여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해봉쌤!(고 이해봉 교사)

오늘은 스승의날이에요. 선생님 뵈러 왔는데 왜 말없이 웃고만 계신지.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 쌤이랑 했었던 프린트 학습자료 가져왔어요. 쌤! 너무 보고 싶어요. -제자 ○○ 올림

▲ 강민규 교감선생님

제 짧은 교직생활에 있어서 교감선생님은 단연코 가장 멋지고 존경스러운 선배이자 관리자였습니다. 기간제 교사 하면서 임용 공부를 병행할 때도 힘도 들고 공부하기 싫었던 맘도 있었던 저에게 따뜻하게 격려 많이 해주신 교감선생님 덕분에 힘도 많이 얻었고 교감선생님 같은 선생님, 교감선생님 같은 교직선배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임용(시험에) 붙을 수 있었습니다. 발령받고나서 꼭 인사드리러 가야겠단 생각만 하고 바쁘고 어색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강민규 교감선생님,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울 이쁜 초원쌤(고 김초원 교사)

초원쌤, 오늘은 선생님 날이에요. 살아계셨으면… 아이들도 함께 있다면 큰 이벤트를 준비하고 즐겁게 보냈을 시간인데.

초원쌤. 천국에서도 2학년3반 담임 해주시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세요. 사랑합니다. 영원히. ○○○ 엄마 드림.

■ 영정에 바친 카네이션… 스승도 제자도 학부모도 울었다

스승의날인 15일, 스승도 제자도 학부모도 울었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지 못해 영정에 바쳐야 했다. 유가족의 검은 옷에 대신 꽃이 달렸다.

이날 아침부터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조문객들이 찾아왔다. 환한 국화 사이로 붉은 카네이션이 곳곳에 꽂혀 있었다.

오전 11시20분.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 70여명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일부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매일 분향소를 찾는 가족도 있지만, 차마 발길이 향하지 않아 일부러 오지 않았던 부모들도 있었다. “며칠 만에 오는지 모르겠다”며 분향소 입구에서 망설이던 한 어머니는 “선생님들 영정에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라는 다른 학부모의 설득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유가족 한 명이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신 은혜를 잊지 못합니다. 제자에 대한 애정과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에 저희 부모들은 그저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고 계시기를 기도합니다.”

낭독이 끝나자마자 교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강민규 교감을 시작으로 박육근, 이해봉, 남윤철, 최혜정, 이지혜, 김초원 교사의 영정에 카네이션이 올랐다. 학부모들은 카네이션을 교사 유가족의 가슴에 대신 달았다. 학부모도, 교사 유가족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카네이션도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받았다. 유가족들은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안산 지역 초·중·고 교사와 주민 600여명은 이날 오후 7시30분 안산 문화광장에 모여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교사들은 영상편지를 통해 희생자들에게는 “너희들을 지키지 못한 선생님을 용서해다오”라고, 생존자들에게는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고 했다. 안산 고잔고 김종진 교사는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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