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성 의심 서적 감정 의뢰
김정일 직접 저술 책도 압수
경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2)를 흉기로 공격한 혐의(살인미수·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로 구속된 김기종씨(55) 사무실에서 압수한 북한 관련 서적의 이적성 여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경찰의 ‘미국대사 피습 사건 수사본부’는 김씨의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중 북한 원자료 6점을 포함한 30점의 서적·간행물의 이적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외부 전문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6일 경찰은 김씨 자택 및 사무실에서 서적·간행물·유인물 등 표현물 48점, 휴대전화·PC·USB메모리 등 디지털 증거물 146점 등 총 219점을 압수했다.
경찰이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으로 판단한 압수물 중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저술했다고 알려진 <영화예술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이 발간한 <민족의 진로>와 주체사상 학습자료, 정치사상 강좌 유인물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적성 판단은 석·박사급 북한 연구 전공자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 내린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이적 표현물을 김씨가 방북했다 돌아올 때 몰래 반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수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와 관련해 압수한 물품들 가운데 이적성과 관련이 있는 물품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압수하는 방안을 검찰과 논의 중이다. 경찰은 이적성 감정 결과에 따라 보안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늦어도 13일까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 7일 경찰에서 “범행에 쓴 과도를 행사장에 가져가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일 아침”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전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이 김씨에 대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8일 종로경찰서를 방문한 전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이자 우리민족련방제일통일추진회의 대표의장 김수남씨(74)는 기자들에게 “옳은 일을 했으니 면회하고 격려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옳은 일인가”라는 질문에 “지구상에 작전권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면서 “김씨는 종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