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북 자충수’… 대미외교 입지 위축… 더 꼬이는 ‘4강 외교’

유신모 기자

리퍼트 대사 피습 이후

▲ 한·미·일 군사협력 복원 사드 문제 등 선택폭 줄 듯
‘중 봉쇄 협력’ 의혹 불식, 러엔 ‘북한 문제’ 협력 유도
반미·친북 계획범죄 몰며 정부가 스스로 입지 좁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과의 관계 설정에 고전하고 있는 한국 외교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신속 봉합한다고 해도 외교적 파장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극단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돌출행동을 ‘국내 반미·친북 세력이 만연한 결과’로 몰고 가면서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는 지금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신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 경도돼 있다는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와 퇴행적 역사인식으로 한·일관계가 얼어붙고 있지만 미국은 그 책임에 대해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동북아시아 역사갈등 책임이 역내 모든 국가에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서 이 같은 인식의 일단이 드러났다.

한국 ‘종북 자충수’… 대미외교 입지 위축… 더 꼬이는 ‘4강 외교’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고 미·러 갈등 속에서도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에 발맞추면서도 일본 우경화를 경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한국이 이 같은 외교환경 속에서 힘겨운 ‘균형잡기’를 시도하고 있는 와중에 터졌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이 대미외교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군사협력,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및 미사일방어(MD) 참여 문제에서 정부의 선택폭은 크게 제한받을 수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 일본과의 역사인식 외교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한국 외교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동안 참석 여부를 놓고 고민해온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행사’도 사실상 이번 사건으로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 행사 참석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뜻을 거스르기 더 어려워진 탓이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정의의 칼 세례’라고 찬양하는 비이성적 반응을 보인 것도 정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분간 남북대화나 비핵화 대화 추진, 북·미관계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외교에서 독자적 영역을 넓히려는 정부 시도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을 ‘반미·친북 세력의 계획된 범죄’로 몰고 가면서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비전략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 외교 문제에 정통한 전직 관료는 “이번 사건은 극단주의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행동인데도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1960년대 일본에서도 주일 미 대사가 2차례나 공격당한 사례가 있었지만 일본은 즉각 이를 ‘배후가 없는 정신이상자의 돌출행동’으로 규정해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했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응 방식은 외교적 자충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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