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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 파견 검사는 어떻게 수산업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됐나

유희곤 기자

박근혜·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팀을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69·사법연수원 10기)가 검사, 경찰관, 언론인, 정치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씨(43·구속)를 이모 부장검사(48·33기)에게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특검은 특검팀에서 2번 파견근무를 한 이 부장검사가 검찰에 복귀해 경북 포항에서 근무하게 되자 해당 지역의 유력가 행세를 한 김씨를 연결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장검사는 이후 김씨로부터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 부장검사는 2019년 8월 서울남부지검에서 대구지검 포항지청 형사1부장으로 부임하기 전 박 특검을 찾아갔다. 박 특검은 이 부장검사의 인사발령 소식을 듣고 “내가 아는 지역 사람이 있다”면서 전화로 김모씨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박 특검은 김씨와 수감생활에서 알게 된 언론인 출신 A씨(60)를 통해 김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특검은 김씨에게 이 부장검사뿐 아니라 다른 법조계 인사들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검사는 2016~2017년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돼 최서원씨(65·구속)의 딸인 정유라씨(25)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그는 입시 비리 의혹 수사가 어느정도 진행된 후 특검에 합류했다. 특검이 2017년 3월 공소유지 기능만 남긴 채 활동을 마치자 대부분의 파견검사들과 함께 검찰에 복귀했으나 재판을 맡고 있던 다른 검사가 해외연수로 자리를 비우면서 다시 특검에 파견됐다. 이 부장검사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연수를 가게 돼 다시 특검에서 검찰로 복귀했다. 당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은 박 특검, 특검보 4명, 수사팀장 중 한 명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발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검사는 본인이 특검 파견을 자원했다고 한다.

결국 이 부장검사가 수산업자 김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단초를 박 특검이 제공했고, 이 부장검사가 특검팀에서 일하며 박 특검과 인연을 맺은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국정농단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고 단죄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시민의 도덕적 기대 수준이 높았다.

박 특검과 김씨가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정황도 있다. 박 특검 측에 따르면, 박 특검은 지난 2월 아내에게 포르쉐 차량을 구입해주기 위해 김씨가 소유한 같은 모델의 차량을 시승용으로 4~5일 빌려 탔다. 박 특검 측 관계자는 “차량을 빌려탄 뒤 박 특검이 대구에서 김씨를 만나 시승비 250만원을 직접 지급했다. 동석자도 있었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김씨를 2번 정도 만난 사실은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생일이 있던 2020년 6월을 전후한 시기와 2020년 9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 열린 전별행사 때 다른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씨가 부하직원에게 시계를 사 오라고 한 문자메시지, 이 부장검사에게 수천만원대 시계를 전달했다는 김씨 부하직원의 진술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부장검사는 시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김씨의 사무실과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시계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 부장검사는 김씨와의 금전거래 의혹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자신의 중고차 매매를 중개해준 데 따른 대금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씨가 보낸 대게는 받았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검사는 최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지방 검찰청 지청의 부부장 검사로 좌천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3월 110억원대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검찰에 송치되기 전인 4월 초쯤 경찰에 면담을 신청해 이 부장검사, 배모 총경(50),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51), 엄성섭 TV조선 앵커(47) 등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이 부장검사 등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실제 금품이 오갔는지, 대가성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씨의 휴대전화를 2차로 디지털포렌식한 경찰은 김씨가 박지원 국정원장 등 다른 정치인들과 언론인도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원장 측 관계자는 “전직 국회의원의 소개를 받아 원장 취임 이전에 여러 사람과 함께 김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김씨가) 선물을 집 앞에 두고 갔고, 고가이거나 특별한 선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청탁 금지 대상자가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일 초과한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받는다. 금액이 소액이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경찰청. 김영민 기자

서울경찰청.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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