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파업은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강도 높인 압박

유정인·유설희 기자

여당도 민주노총 겨냥 “조선노동당 2중대” “제2 이석기 사태”

노동문제를 이념·정체성 문제로 돌리며 ‘쟁점 흐리기’ 나서

민주당은 “적대적 노동관에 기반한 공안 통치…참담”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에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법·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북핵과 노동자 파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초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여당은 민주노총을 겨냥해 “조선노동당 2중대” “제2의 이석기 사태”라고 하며 이념·정체성 문제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여권이 북한 이슈를 노동 문제에 끌어들이면서갈등 조정의 길은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핵은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북정책을 펴왔다면 북핵 위협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유화적’ ‘정치쇼’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도 법·원칙을 앞세운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간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밝혀 온 ‘노사 법치주의’ ‘타협 불가’ 방침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엄정 대응 기조를 재확인한 발언이지만 타협과 조정이 필요한 노동 이슈를 남북 대화가 단절된 북핵 이슈에 빗댄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은 늘 강조해온 것”이라며 “북핵을 언급한 것 역시 원칙적 대응 기조가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자유와 연대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것이 진정한 약자를 보듬는 길이고, 복합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동참자와 ‘진정한 약자’를 구분하며 압박한 데 비춰보면 이 역시 강경 대응 기조를 재차 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북한 이슈를 파업과 연계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을 민주노총 전체의 방향성 문제로 묶고, 이어 민주노총을 ‘종북 세력’으로 등치시키면서 노동 문제에서 이념 문제로 논쟁의 틀을 바꾸려는 모습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노총(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연대사’라는 제목으로 보낸 글이 자랑스러운 듯이 올라와 있고, 한·미·일 군사협력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 북한의 주장이 올라와 있다”며 “조선노동당의 2중대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글들이 올라올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도 “민노총 연쇄 파업의 본질은 종북으로 점철된 정치투쟁”(권성동 의원) 등 색깔론을 부추기는 여론전이 본격화했다.

여권이 이번 파업의 본래 쟁점을 떠난 노동조합의 정체성과 이념 문제로 ‘틀 전환’에 나서면서 타협과 조정을 통한 갈등 해소의 길은 멀어지게 됐다.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과 사법처리를 시사하며 압박에 나서고, 여당은 이념 공세를 펴며 구체적 노동 조건을 둘러싼 본래 쟁점을 흐리는 강공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관계장관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조직적으로 불법과 폭력을 행사하는 세력과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적대적 노동관에 기반한 공안통치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착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안전한 화물운송 환경을 원하는 이들의 절규가 대통령에겐 핵 위협으로 느껴졌다는 것인지 참담하다”며 “노동계를 명백한 적으로 인식하고 말살하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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