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모 경제력에 좌우되는 '대학생' 될 기회…신입생 'K자 양극화' 심화

조해람 기자 강한들 기자 김혜리 기자
김상민 기자

김상민 기자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대학생들 가운데 저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서울 (서울 소재) 대학’과 소수의 명문대뿐 아니라 2~4년제·국공립·사립 등 학교 유형을 막론한 전국의 모든 대학에서 최근 4년간 이 같은 경향성이 강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대학 입학 기회가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어 이 같은 교육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향신문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2017~2020년 1학기 신입생 국가장학금 신청 인원 및 학자금 지원구간’ 자료를 보면, 신청자들 가운데 저소득층은 줄고 고소득층이 느는 ‘K자 양극화’가 해가 갈수록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대부분이 신청하는 국가장학금의 소득분위 현황 자료는 대학생의 가구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자료다.

이 같은 현상은 대학구분(일반대·전문대·교육대·산업대)과 설립구분(국공립·사립)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가장 많은 일반대(4년제 종합대학)에서 기초·차상위계층의 비중은 2017년 9.2%에서 2018년 8.0%, 2019년 7.6%, 2020년 7.5%로 감소했다. 그 다음으로 가구소득이 적은 1~3구간도 2017년 29.5%에서 2020년 19.7%로 매년 비중이 감소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8~10구간은 같은 기간 28.2%에서 42.5%로 14.3%포인트 상승했다. 기준중위소득이 속해 있는 4~7구간은 24.8%에서 25.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가구원동의 등 필수 제출 서류를 내지 않아 소득 산정을 못 한 ‘소득미산정’은 제외한 수치다.

전문대와 산업대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대의 기초·차상위계층 국가장학금 신청 신입생은 2017년 13.4%에서 2020년 11.1%로, 1~3구간은 36.5%에서 26.3%로 줄었다. 같은 기간 8~10구간은 16.7%에서 28.5%로 늘었다. 산업대에서도 기초·차상위는 11.8%에서 8.7%로, 1~3구간은 34.0%에서 25.6%로 줄었는데 8~10구간은 19.7%에서 32.6%로 늘었다.

[단독]부모 경제력에 좌우되는 '대학생' 될 기회…신입생 'K자 양극화' 심화

사립대보다 국공립대에서 가구소득의 격차가 더 컸다. 국공립대 신입생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기초·차상위계층 비중은 2017년 8.1%에서 2020년 6.4%로 점차 감소했다. 8~10구간은 같은 기간 29.5%에서 44.7%까지 늘었다. 사립대의 기초·차상위계층 비중은 2017년 11.3%에서 2020년 8.3%로, 8~10구간 비중은 2017년 22.7%에서 2020년 36.0%로 각각 변했다.

교육대 신입생들은 고소득층의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육대의 국가장학금 신청 신입생 중 8~10구간의 비중은 57.3%인 반면, 기초·차상위계층은 4.9%에 불과했다. 2017년에는 8~10구간이 43.8%, 기초·차상위층이 6.4%였다.

이처럼 고등교육의 기회가 가정 형편에 따라 나뉘는 현상이 심화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경제력에 의해 교육 기회와 결과를 차등적으로 얻는 현상을 보정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며 “초·중·고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향후 취업 격차까지 이어질 수 있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이후 이행과정의 불평등 연구’를 보면, 첫 소득을 기준으로 청년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10년 동안 하위 그룹의 소득은 정체된 반면, 상위 그룹으로 갈수록 소득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논문에서 “대학을 포함한 학력의 서열구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경향신문 일러스트

고졸 취업자들은 노동현장과 일상에서 차별을 체감하고 있었다. 특성화고를 졸업해 병원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모씨(22)는 “조기 취업을 해서 경력이 쌓였는데, 이제 막 시작한 대졸자와 급여가 차이 날 때는 허무했다”고 말했다. 특수분장업계에서 일하는 최모씨(20)는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서 대학에 안 간 것이 크게 불안하지는 않지만, ‘왜 대학을 안 갔냐’고 물어보는 한국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대학을 갔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일자리가 많이 줄었는데, 그동안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다니며 무언가를 하는데 나는 경력을 쌓을 시간이 부족해진 것 같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져 불평등의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이 상승이동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영유아부터 대학 때까지 무상교육이나 등록금 지원 등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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