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핵심 방역카드…정부, 접종률 올리기 새 해법 ‘고민’

허남설·민서영 기자

법원, 대형마트·백화점·청소년 방역패스 ‘제동’

소규모 자영업자들 형평성 문제 삼자 ‘정치적 결정’…논란 자초
잇단 소송 결과 따라 현장 혼란 불가피…시설별 적용 기준 세워야

법원이 14일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정부의 방역패스 구상이 또 한 번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10일 도입된 마트·백화점 등 대형상점 방역패스는 서울에서 5일 만에 무용지물이 됐고, 3월부터 도입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식당 등 마스크를 벗고 취식하는 시설들은 방역패스 효력이 인정돼 정부로선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방역패스를 둘러싼 비슷한 소송이 이어지고 있어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시내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17종 시설에서 12~18세 방역패스 효력을, 17종 시설 중 3000㎡ 이상 마트·백화점 등 대형상점에선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공식 입장은 오는 17일 발표하겠다고 보류했다. 지난 4일 법원이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 당시 “법무부와 협의해 즉시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힌 뒤 이튿날 실제 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던 것에 비하면 신중한 대응이다.

그러면서 법원이 방역패스의 취지를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역패스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한 결정”이라며 “과도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역패스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책 차질은 물론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12~18세를 대상으로 한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로선 학교 방역대책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서울시내 마트·백화점 등 대형상점은 이날부터 다시 방역패스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대부분 마트·백화점 내엔 푸드코트 등 취식을 주로 하는 시설도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송사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방역패스에 관한 행정소송은 6건, 헌법소원은 4건 진행 중이다.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리면서 방역패스 집행 일선에 혼선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다른 재판부는 한 시민이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대형상점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소형 상점·온라인 점포 등 대체수단이 충분하다”는 정부 논리를 인용하며 기각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방역패스 적용에 있어 오락가락한 기준을 들이댄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앞서 정부는 대형상점 방역패스 적용 배경으로 ‘방역 위험성’과 함께 ‘다른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었는데, 이는 식당·카페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지속 제기하자 내린 ‘정치적 결정’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방역패스가 무효화되면 정부로선 백신 접종을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재판부는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함으로써 중증화율 등을 통제하는 것이 방역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최소침해적 조치”라고 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개선·보완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 반장은 “지금은 유행이 안정화돼 저위험시설부터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논의를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또 방역패스 위반 시 영업주에게 부과하는 과태료 150만원 처분이 과하다는 지적에 따라 1차 적발 시 주의·경고, 2차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으로 절차를 바꾸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법원 결정이 방역패스의 범위와 확대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 대국민 설득에 있어 정부가 돌아봐야 할 지점을 잘 지적했다고 생각한다. 방역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반영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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