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장터를 나란히 걷는다… 세월을 꼭 잡은 ‘모녀의 손’

사진·글 문재원 기자
[금주의 B컷]시골 장터를 나란히 걷는다… 세월을 꼭 잡은 ‘모녀의 손’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전남 나주시 영산포 풍물시장을 찾았다. 매서운 날씨에도 장터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시장 구석구석에 좌판이 펼쳐졌다. 직접 키운 채소와 산나물들이 소쿠리에 담겼다. 어물전 기둥에는 짚에 엮인 조기가 걸리고, 플라스틱 채반 위에는 제철 생선이 깔렸다. 빨간 바구니에 담긴 과일들은 고운 빛깔을 뽐냈다.

상인들의 장사 준비가 끝날 무렵, 장터는 명절 음식 재료를 사려는 손님들로 금세 메워졌다. 흥정이 오고 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기분 좋게 들려왔다. 그때였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손을 꼭 잡고 가는 모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손에는 조금 전 맛을 본 배추 속잎이 쥐여 있었다. 딸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한 좌판을 가리켰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은 어머니의 발걸음에 맞추어 천천히 걸었다. 물건을 살 때도 딸은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돈을 내고, 다시 장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나는 장터를 걷고 있는 모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릴 적 딸의 고운 손을 꼭 잡고 걸었을 어머니처럼, 딸은 늙은 어머니의 거친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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