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3자 변제’ 후폭풍

양금덕 “95년 살아오면서 이렇게 억울한 때는 처음”

이홍근 기자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시민단체 등 국회서 비상시국 선언

김성주 “일본에 기죽고 살아와…지금도 그래야 하나”

<b>“일본 사죄하고 배상하라”</b>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왼쪽)와 김성주 할머니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일본 사죄하고 배상하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왼쪽)와 김성주 할머니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반발해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7일 오후 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시국 선언에서 “제가 아흔다섯 살이나 먹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억울할 때는 이참이 처음”이라며 “윤석열이 한국 사람인지 조선 사람인지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일본 사람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양 할머니는 제3자 변제안으로 마련된 배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양 할머니는 “그 돈은 굶어 죽어도 안 받는다”며 “내가 일본에서 고생했지 우리나라에서 고생했느냐”고 말했다.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도 “중학교 고등학교 다 보내주고 일하면 월급도 준다고 해서 일본에 끌려갔는데 다 거짓말이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끌고 갔는데 어디다 배상을 요구하겠느냐”면서 “양심이 있으면 말을 해보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일본이) 평생 골병이 들게 만들어놓고 지금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몇십년을 기죽고 살아왔는데 지금도 그렇게 살아야 하냐”라고 했다.

이날 양 할머니와 김 할머니 곁에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정의기억연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등 단체가 함께 섰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시민단체는 총 1532개다. 함세웅 신부, 신경림 작가 등 9614명도 이름을 올렸다.

비상시국선언에는 국회의원도 여럿 참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 양국 간 합의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되돌리기조차 어렵다”며 “참으로 수치스럽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 외에 중국 등 다른 나라에는 배상했다”면서 “민주당은 윤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국가적 야합에 대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일제에 의한 식민지배는 불법이었다는, 그래서 징용은 강제동원이었다는 지극히 상식적 대법원 판결이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에 의해 부정됐다”면서 “우리 정치가 할머니들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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