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통일 올림픽

콧구멍에 겨울이 가득해. 해솟음달 새해가 반갑다. 근혜신년이었다가 근하신년이 된 것이 불과 한 해 남짓. 국정교과서에 깃발을 함께 들었던 나모씨 교육부 기획관께옵서 개돼지라고 우리 국민들에게 거시기한 별명을 붙여주심도 그 어느 참. 드디어 올해가 개띠. 개자유에 개사이다의 새해렷다. 거기다 올핸 눈 많은 평창군에서 올림픽도 열린다지. 핵미사일 놀이로 한바탕 세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북쪽 동포들도 겨레의 큰잔치엔 함께하겠다니 반갑고 감사해. 어떻게든 단군할아버지 핏줄의 끈을 놓지 말아야지. 우리는 어쩌다가 잠깐 으르렁거리며 살고 있지만 후손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통일나라에서 살아야지 않겠어. 적개심을 키우고 불화를 조장하는 외세와 남북의 매파들에게 ‘개사이다’ 엿을 먹이는 평화의 잔치를 열어내야 해. 애먼 이들에게 간첩 딱지를 붙이고 육자배기 빨갱이 타령. 지긋지긋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아이들의 그림에까지 국가보안법 운운하는 자들의 입술이 부끄럽게. 위기를 잘 관리하고 평화를 가슴마다 꽃피어내야 하리라.

올림픽이 있으면 내림픽도 있겠지. “더 높이. 더 빨리. 더 힘차게.” 올림픽 3대 표어가 있다면 내림픽은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여리게”. 주변을 돌아보고 낮은 사람들과 손잡으며 걸었던 촛불광장은 놀라웠다. 보고만 있어도 온누리가 따뜻해졌지. 정신없이 숨차게 살지 말고 조금씩 발걸음을 늦춰서 느리게 천천히 살아가고 싶어. 주머니에 손 같이 넣고서 골목마다 구경하고 싶어라. 자전거를 타고 극장에도 가고 새 시집이 나왔다는 책방에도 같이 가고파. 힘자랑보다는 여리고 섬세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남북이, 그리고 세계가 강하고 센 무기보다 안부를 나누는 대화를 귀히 여겼으면. 통일이란 낱말을 내버리지 말기를.

올림픽에 찾아온 세계 친구들이 우리를 보고 미소 짓는 추억 하나 생기길 바란다. “저녁별과 눈보라와 기나긴 밤 속에, 먼 따뜻한 햇빛 비추는 나라의 추억이 그래서 그의 마음속 믿음을 다시 미소 짓게 하겠지.” D H 로런스의 시 ‘아몬드’를 아삭아삭 씹으며 미소 짓는 정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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