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대학의 돈줄인가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여느 때와 다름없는 똑같은 하루인데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에 괜히 조급해진다. 일년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지난 364일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있는 반면에 벌써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 대표들이다.

[NGO 발언대]학생이 대학의 돈줄인가

대학가는 얼마 전 총학생회 선거를 마무리 짓자마자 2019년도 등록금 산정을 위해 각개전투에 돌입했다. 등심위는 학생으로부터 받는 등록금을 비롯한 기타 수익 등을 어떤 사업에 지출할지를 의결한다. 1년의 사업틀을 만들 뿐만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이해를 나누고 교육권의 방향까지 논의할 수 있는 회의체이기도 하다. 학교와 총학생회 사이의 온도차가 느껴지기도 한다. 학우들에게 보고할 첫 활동이다보니 당선의 기쁨도 즐기지 못한 채 등록금 인상 여부를 두고 팽팽한 긴장감에 싸여 있다.

학생 당사자가 참여하는 등심위라니, 언뜻 보면 민주적일 것만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학교 측 위원이 과반수인 경우가 열에 열이다.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학교들도 많다. 학교 측은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이용해왔다. 조와 억 단위로 적힌 교비 회계 장부가 낯설기만 한 학생들에게, 학교 측은 그동안 처리해왔던 내용이니 관행을 따르라는 강요로 어물쩍 회의를 마무리 짓거나, 회의 일정을 일부러 촉박하게 잡고는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없다면서 졸속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올해는 물가상승률과 입학금 폐지를 핑계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있겠지만 국가장학금 지급에 있어 여론의 비난을 직격타로 받을 수 있기에 사실상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결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하가 답이다. 학교 당국에는 등록금을 인하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 학교는 예산안을 뻥튀기해 학생들에게 필요 이상의 등록금을 징수하고 남은 예산은 적립금으로 돌리는 등 횡령과 같은 사학비리가 관행인 것처럼 굴어왔다.

입학금 폐지는 불명확한 산정 근거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치게 높은 고등교육비 부담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였다. 입학금 수입이 사라지면 대학 재정난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사학재단의 주장은 현실과 달랐다. 몇몇 기사는 학생이 등록금을 충분히 내지 않아 당장 내년부터 대학이 망할 수 있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그들은 건재하다. 외국인 학생의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기존 학과를 공대나 예대와 같이 높은 등록금을 내는 단과대로 편입시켜 등록금을 추가 징수하려는 꼼수가 이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마르지 않는 돈줄인 걸까. 그로 인해 우리네 삶이 말라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돈이 없으면 어떻게든 대출을 받아 입학하고야 마는, 학위가 절박한 나라에서 수혜자 부담원칙이 고등교육을 설명하는 논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재정난의 이유는 교육 당사자인 학생이 충분한 등록금을 치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예·결산을 관리하지 못하는 사학재단 역할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 1000만원의 등록금도, 등록금을 내지 못해 피치 못한 선택을 하는 일가족의 뉴스도 우리의 일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