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국가는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원익선 원광대학교 정역원 교무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약 5000명이 모여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돌입했다. 종교인들이 앞줄에 앉고, 청소년들이 그 뒤를 이어 자리를 차지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금요일이면 등교를 거부하고 자신의 미래를 어른들에게 물어 온 지 일 년 만에 한국에서도 응답한 것이다. 무대 정면에는 커다란 글씨로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고 적혀 있었다. 행진에 앞서 선언문이 낭독되었다.

[사유와 성찰]기후위기, 국가는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때입니다. 첫째, 기후위기의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하십시오. 이미 전 세계 10여개 국가와 1000여개 도시가 비상선포를 실시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을 시작하십시오. 석탄발전 중지, 내연기관차 금지, 재생에너지 확대, 농축산업과 먹거리의 전환 등 배출 제로를 향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셋째, 기후위기에 맞설 범국가기구를 설치하십시오. 비상상황에 걸맞은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기구가 필요합니다.”

나는 이 선언문을 들으면서 ‘자본주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설국열차를 타야 할 때가 왔다. 하늘과 땅을 ‘촉’과 ‘감’을 총동원해 바라보며, 인류의 생존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세대는 멸망해가는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사라져가는 인류가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의 탐욕열차를 멈추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지난 40만년간 지구의 온도는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최근 100년 동안은 줄곧 올라가기만 하고 있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원인이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진화와 발전이라는 환상에 젖어 생산·유통·소비의 무한질주를 통해 욕망을 채워왔다. 이웃 생명들과 공존해야 함에도 지구를 자신의 소유물로 삼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생물들의 멸종, 긴 세월 축적된 빙하의 소멸, 태풍·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빈발, 폭우·한발 지역의 확산, 여름과 겨울의 높은 온도 차, 지역에 따른 농수산물의 흉작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인간·동물에게 발생하는 병균의 증가도 기후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긴 인간은 무지한 종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하루 군비만 해도 50조원으로 한국의 1년 국방비와 맞먹는다. 이 돈을 인간과 지구의 치유를 위해 쓴다면, 굳이 상대방을 멸종시키기 위한 전쟁은 필요 없으리라. 정신을 고양시키는 학문과 예술과 종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이들마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의 나날을 보내는 이 시대는 과연 정상인가. 공업(共業)의 결과, 인류는 공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간혹 산허리에 지은 아파트가 뒤틀리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산의 혈관을 끊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온이 오를수록 예측 불가능한 변화는 극대화된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고 제시한 2015년 파리 신기후변화협약에서 각 나라가 제시한 목표치를 2030년까지 완수한다고 해도 2100년까지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는 이대로 가면 산업혁명 이전보다 4도 정도가 올라간다고 전망한다. 모든 종은 멸종 단계에 처하는 것이다. 이미 지구의 기온은 2012년 기준으로 0.85도 높아졌다. 인류가 모든 싸움을 멈추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긴급처치에 매달려야 할 때다.

각종 발표에 의하면, 이제 남은 시간은 10년이다. 대멸종으로 치닫는 욕망의 열차를 강제로 멈춰야 한다. 더 큰 고통으로 몸부림칠 지구의 전조현상을 보면서도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절망뿐이다. 하루빨리 세계 에너지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자연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그리고 발전을 멈추기 위해 지구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45억살의 지구야말로 어떤 보물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원 채굴을 멈추도록 지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 되어야 한다.

거대한 우주에 비하면 한 점 티끌에 불과한 지구, 외롭게 태양을 돌고 있는 생명 가득한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최고의 낙원이다. 이곳에서 인간은 생로병사의 무상한 운명을 맛보며, 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영속성을 위한 문명을 쌓아왔다. 우리는 아직 이사할 곳을 구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 위기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들에게 지혜를 구해야 한다. 우리 또한 욕망과의 전쟁을 통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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