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유행의 ‘숨구멍’

최성용 청년연구자

최근 줄넘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살은 찌는데 운동을 위해 외출하는 게 마뜩잖던 와중에, 사람 마주칠 일 없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집 옥상에서 매일 줄넘기를 하고 있다. 혼자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오래 지속되는 거리 두기 상황을 견디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다행히 줄넘기가 숨구멍을 트이게 한다.

최성용 청년연구자

최성용 청년연구자

나의 줄넘기와 비슷한 시기에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됐다. 지난 3차 유행 때처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청년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백신 접종 후순위로 밀린 20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라는 반발도 들린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누가 더 힘드냐’를 따져보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다만 각자가 처한 상황이 어떠한지 짚어볼 순 있다. 청년들의 실업과 구직단념이 크게 증가했고, 1년 반 이상 캠퍼스에 등교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거리 두기 상황과 생활고에 놓인 20대 가구의 73% 정도(2019년)가 1인 가구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가 주거 면적 등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처럼 좁은 집에서 혼자 생활하며 거리 두기의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는 얘기다.

다른 한편 우울 위험군 및 자살 생각 등 청년들의 ‘코로나 블루’ 수준도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생활의 조건이 불안정해지고 거리 두기가 지속되면서 많은 청년들이 고립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관계나 조건이 부족한 1인 가구 청년일수록 거리 두기의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 놓인 청년들에게 코로나19 재유행의 책임을 묻는 것은 손쉬운 비난을 가하는 것일 수 있다. 거리 두기를 견뎌낼 수 있는 조건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비단 청년들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코로나19 위험과 거리 두기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내몰려 있다. 꾸준한 운동이 필요한 노인들 역시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증가한 가정폭력은 여성들이 거리 두기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4차 유행과 함께 다가온 폭염이라는 또 다른 재난 앞에서 거리 두기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다들 힘든데 왜 너만 못 버티고 집 밖으로 나오냐”는 비난은 이처럼 다양한 조건에 처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말이며, 방역의 책임과 거리 두기의 스트레스를 개인에게 홀로 감당하라고 책임 전가하는 말이다.

거리 두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기 이전에 장기간의 거리 두기를 견뎌낼 수 있는 ‘몸’인지, 그것이 가능한 ‘주거 환경’인지를 묻는 게 먼저일 것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타인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갑갑한 스트레스를 전가하기보다는,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고 보듬는 ‘연대’의 마음이 우리의 숨구멍을 트이게 해주지 않을까.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