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중등교원 양성’ 왜 뒷걸음치는가

황금중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교육부에서 올해 안 확정을 목표로 초·중등 교원 양성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핵심 사안의 하나는 중등교원 양성 경로의 변경안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의 필요 및 양질의 교사 양성 과제에 주목하며 이를 위해 양성 경로 특성화의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성화는 요컨대 중등의 공통과목 교사 양성 기능을 사범대에만 남기고,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의 경우는 특수과목 교사 양성이나 재교육 등의 기능으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안대로라면 현재는 공통과목 교사가 사범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의 여러 경로를 통해 양성되는 열린 구조임에 비해, 앞으로는 사범대를 양성의 유일 경로로 하는 폐쇄적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중등학교의 정규직 교사 채용은 사범대 출신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금중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황금중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양질의 교사 양성과 정원 적정화는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배경에서 그간 몇 차례 엄격한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통해 부실한 기관의 양성 기능을 축소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의 공통과목 교사 양성 기능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편 사범대의 정원 및 구조 조정에 관한 얘기는 전혀 없다. 현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효과 및 대비책에 대한 고려는 빈약하다.

전환기를 맞아 교원 양성체제 개편을 실행코자 할 때 양성 정원 문제 이상으로 먼저 숙고할 사안은 미래의 교사상일 것이다. 그런데 개편안에는 미래 교사상 및 그 구현 방법을 둘러싼 구체적 비전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안에서는 미래 교육과 교사상이 융합성과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전망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것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교원 양성 경로를 현재의 열린 구조에서 폐쇄적 구조로 바꾸려는 정책적 시도는 거꾸로 가는 듯 보인다. 앞으로 학교 현장의 모든 교사가 사범대 출신으로만 채워지는 것이 융합성과 다양성의 가치에 부응하는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사들이 학교에 공존하면서 학생들의 관점과 경험을 여러 방면으로 자극해 주는 것이 더 미래적이지 않은가? 현재 학교의 업무 수행에서 사범대 출신 교사들이 더 우수하다는 실증적 근거는 있는가? 교사를 사범대에서만 길러낼 경우 진로 선택은 자연히 고등학교 시기에 이뤄져야 하는데, 너무 이른 결정이 추후 교사에게 긴요한 철학과 사명감 형성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없을까? 대학에 들어온 이후 교직에 대한 적성과 관심을 재발견하면서 교사를 꿈꾸는 이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교육현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들의 교사로서의 장점과 기회는 그냥 무시해도 좋은가?

더 큰 문제는, 현 개편안의 방향대로라면 앞으로 사범대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해질 것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부수되어야 할 사범대의 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에 대비한다면서 사범대 정원 조정 문제는 왜 예외로 놓는가? 그간 계속 논란이 되어온, 중등교육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범대 교육 및 학과 구성의 부적합성 및 비일관성 문제는 간과해도 좋은가? 현재 사범대 내 각 학과의 양성 규모 및 내용은 해당 교과 교육 전반의 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충분한가? 각 지역별 교사 양성 조건의 차이에 따른 문제점은 어떻게 다루고자 하는가? 미래교육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수 있는 특수 및 전문 교과의 교육 책무는 없는 사범대가 과연 미래 교사 양성의 중추 기관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른다. 언뜻 돌아봐도 많은 의문점이 솟는데도 현재의 개편안에서는 사범대의 구조적 개혁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사범대에 관한 한 기존의 어떤 것도 변경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보장해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내용마저 보인다.

오랜 숙원으로 어렵게 시동을 건 중등교원 양성체제의 개혁이 진정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런 문제 제기는 불가피하다. 현 개편안은 견고한 사범대 기득권 혹은 협애한 사범대적 관점에 의해 이끌리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교육부가 보다 더 균형 있는 접근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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