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내가 사는 뉴욕주의 이타카 마을은 북위 42.3으로, 북한의 중강진 정도 위도에 해당한다. 이곳의 사계절은 우스갯소리로 “겨울, 여전히 겨울, 여름, 그리고 거의 겨울”이라 부를 만큼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내리며 춥다. 그러나 올 12월은 낮 기온이 거의 영상을 웃돌고, 눈 대신 장대비가 내린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지난 10일에는 초강력 겨울 토네이도가 발생해 400㎞가 넘는 이동 거리를 기록하며, 켄터키주 등 미 중부 내륙 6개 주를 관통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줬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더 이코노미스트는 켄터키주가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도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학자들은 12월의 이상 고온 현상이 토네이도 발생과 연관이 있는지를 주의 깊게 조사하고 있다.

한반도도 기후 위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국립수목원은 서울대학교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식물의 꽃가루 날림과 잎의 열림 시기가 앞당겨지고, 단풍 시기가 늦추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북극의 한파가 간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지구의 빙하도 녹고 있다. 빙하는 육지 면적의 약 10%, 지구 전체 민물의 75%를 차지한다. 빙하의 98%는 남극대륙과 그린란드다. 녹는 빙하는 지구가 흘리는 눈물이다. 2020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남극 코끼리섬의 턱끈펭귄 개체 수가 1971년보다 7만쌍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141년 관측 역사상, 전 세계 지표면과 해수면의 1월 평균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모든 빙하가 녹는다면 지금보다 해수면이 60m 정도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저지대 국가는 국토가 수면 아래 잠길 것을 염려하는 상황이 되었다. 매년 5000t 이상의 그린란드 빙하가 녹고, 그 녹은 물이 북극해로 들어가 바닷물과 만난다. 그 결과 바닷물의 염도는 낮아지고, 수온은 올라가 바닷물 순환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닷물의 순환에 변화가 생기면 지금까지 지켜왔던 지구촌 곳곳의 기후에 균열이 생긴다. 미국 국방부는 2030년대에 이르면 바닷물 순환이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미래 예측 보고서를 냈다. 끔찍한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제임스 러브로크는 40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쳐 존재한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이를 ‘가이아’라 불렀다. 가이아는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항상성을 지니는 총체라고 정의한다. 35억년 전 생명이 지구에 태어난 이래, 지구의 기온과 산소농도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사실에서 그는 생명체만이 지닐 수 있는 항상성을 지구가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기 중의 산소가 지금보다 1% 증가하면 산불 위험도는 70% 증가하고, 거꾸로 2~3% 농도가 낮아지면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데 문제가 발생하여 대형동물이나 하늘을 나는 곤충들은 멸종할 것이라 한다. 현재 해수의 염분 농도는 약 3.4%인데 빙하가 녹음으로써 변하는 염분농도는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베르나르의 저서 <상대 및 절대 지식의 새로운 백과사전>에는 지구의 역사를 일주일로 환산하는 얘기가 나온다. 월요일 0시에 지구가 생겨나는 것을 기점으로, 수요일 정오에 세균이 등장한다. 일요일 오후 4시쯤 공룡이 출현했다가 5시간 뒤 사라진다. 인류의 등장은 일요일 자정 3분 전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지구가 인류라는 단막극 배우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여당과 거대 야당이 가족과 얽힌 지저분한 공방으로 시간을 낭비하며 기후 위기를 외면하는 사이, 정의당은 20대 대선의 제1 강령으로 ‘기후 위기 극복’을 내걸었다. 살아 있는 지구가 항상성을 잃기 전에 더 늦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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