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TPP 가입 동의 구할 때 아니다

송기호 변호사

한국은 경제의 크기와 군사력에서 세계 10위의 선진국이다. 일제강점기와 동족상잔의 처절한 비극을 이겨내고 이룩한 성취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생각할 때이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한국은 기후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개방된 국제경제질서를 이루는 데에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현재 164개 나라가 만들고 세계 무역의 98%를 품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안정되고 개방되며 공정한 틀로 자리잡는 것이 핵심사항이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과 달리 독자적인 거대 시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라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FTA는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은 한·미 FTA에도 불구하고 삼성 반도체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했다. 그리고 세탁기, 타이어, 철강 후판 등 총 44품목의 한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미국의 조사개시 기준,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9월17일 공개 ‘미국의 대한국 수입규제현황’). 더욱이 중국을 배제할 목적에서 인도·태평양 경제기본협정(IPEF)을 추진하고 있다. FTA에 쓴 ‘자유무역’이 미국의 마음속에는 없는 시대이다.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올 4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한국이 체결하는 FTA 회원국들이 세계 국내총생산의 90%까지 되도록 FTA를 늘리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FTA와 TPP는 2022년 한국통상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선진국 한국에는 책임성 있는 통상이 필요하다.

첫째, TPP 가입에 반드시 필요한 일본의 동의 문제이다. 일본은 끊임없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작년 11월, 후쿠시마 방사선 오염수 해양 방출 위험 평가 보고서를 공표한 후 올 6월 오염수 방출 공사 시작, 내년 4월 오염수 방출을 위한 구체적 일정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경제에 이로운 대응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합의하지 못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성사되지 못하는 TPP 가입 신청부터 하는 것은 일본의 입지를 높여 줄 것이다. 그리고 일본 방사능 오염 위험이라는 민감한 주제 앞에 우리 내부를 분열시킬 것이다.

둘째, 미국은 TPP가 아니라 이를 넘어 중국을 배제하는 ‘인도·태평양(인·태) 기본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TPP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기존 FTA 반복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의 도구가 될 완전히 새로운 통상 질서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이 놓여 있는 국제통상 환경은 그저 FTA를 관성적으로 추진하고,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국내총생산 액수를 합해서 그 비율이 전 세계의 90%니 하는 숫자놀음을 해도 될 만큼 여유롭지 않다. TPP 가입은 중국·대만과 달리 미국이 새로 구상하는 인·태 기본협정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 되지 못한다. 후자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더 급하며 TPP는 부차적이다.

셋째, TPP 가입이 농업과 보건의료를 포함하여 국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려면 발효 10년을 맞이하는 한·미 FTA에 대한 평가가 먼저 필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미 FTA 평가에 필요한 객관적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국이 한·미 FTA의 ‘투자자 국제중재 회부권한(ISD)’ 때문에 추진하지 못한 국내 공공정책이 무엇인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자원 분야 4건, 방송통신 3건, 환경 2건, 조세 2건, 국토교통 1건, 부동산 1건, 투자 1건, 공정거래 1건, 금융 1건 등 총 16건의 공공정책에 대하여 한·미 FTA 위반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그럼에도 그 내용은 끝내 공개를 거부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답변에 의하면, 한·미 FTA를 위하여 한국은 총 84개의 법령과 고시를 바꾸었다. 고시를 하나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일반 시민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84개 법제 변경이 국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평가 분석한 연구가 없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답변하였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한·미 FTA가 국민건강보험 약값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하여 연구하지 않았다고 답변하였다.

선진국 한국에는 새로운 통상이 필요하다. 안정된 WTO 다자주의를 위해 선진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2022년은 일본에 TPP 가입 동의를 구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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