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사진가
흰재비꽃. 2022. 김지연

흰재비꽃. 2022. 김지연

흰제비꽃은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흰 젖처럼 우유색을 띠고 있다고 해서 흰젖제비꽃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따뜻한 그늘’에 사진과 글을 게재하기 시작한 것이 2020년 1월부터니 딱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유입되었는데 이제는 바깥에서나마 마스크를 벗게 되었다.

지난 5월 어느 햇볕 좋은 날, 늘 다니던 산자락을 지나가다가 돌담 아래 하얗게 핀 제비꽃을 보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작은 무리를 이루며 피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아야 바로 볼 수 있을 만큼 키가 작았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꽃잎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 산들바람에도 너는 온몸으로 흔들리고 있구나.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몸짓이구나. 하얀색이어서인지 더욱 청초하고 곱다. 꽃말이 ‘겸양’이라고 했다. 더 이상 겸양할 것도 없어 보여서 왠지 바라보는 쪽이 무색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요동치는 시간이 흘러갔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이런 괴상한 일을 겪으며, 설마 나까지 걸리겠는가 하는 가운데 너도나도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되고 심한 후유증으로 큰 고통을 겪기도 했다.

“때로는 하늘을 봐요.”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위를 보며 살고 있지만 하늘을 잘 바라보지는 않는다. 하늘이라든지 땅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문명 밖에 있는 것들이다. 우리는 문명의 틀 안에서 갇혀서 자연을 볼 줄 모른다. 나는 이 작은 것의 얼굴을 마주 보기 위해서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했다.

그동안 얼굴을 마주할 수는 없었지만 내 글 곁으로 다가와 주었던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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