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공’에게 인간이란…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 ‘견공’에게 인간이란…

광복절이었던 엊그제는 말복이기도 했다. 그날 개고기 시장의 대명사였던 성남시 모란시장에는 임시 추모탑이 설치됐다. 그 주위에선 상복 차림의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식용으로 죽어간 숱한 ‘견공(犬公)’들을 추모하였다.

공교롭게도 정치권에서는 개고기를 팔았네 뭐네 하며 한창 ‘견권(犬權)’을 무시하고 있었다. 견공 입장에서는 식용으로 도살당했다는 것도 괘씸한데 양고기 등과 비교되어 싸구려 고기 취급까지 받았으니 적이 열받을 만도 싶다. 오랜 세월 인간의 곁을 함께해온 견공을 ‘개무시’하며 살아왔던 습관이 여과되지 않은 채로 드러났던 셈이다.

옛글을 보면 개는 다양하게 폄훼되었다. 가령 음흉하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묘사되기도 했다.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국책>에 이러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떤 사람이 개가 집을 잘 지킨다고 여겨 총애하였다. 그런데 그 개는 늘 우물에 오줌을 누었다. 이웃 사람들은 개가 우물에 오줌 누는 것을 보고는 주인에게 말해주려 하였다. 개는 그것이 싫어서 문을 지키며 으르렁댔다. 이웃 사람은 개가 두려워서 결국은 들어가 말하지 못하였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우화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가령 주인과 개는 임금과 총애받는 권신으로, 우물에 오줌 누는 것은 권신이 임금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로, 이웃 사람은 다른 신하의 비유로 읽을 수 있다. 임금, 그러니까 최고 권력자의 총애를 뒷배 삼아 사리사욕을 일삼는 탐욕스러운 세력을 개에 비유한 셈이다.

당연히 이는 지어낸 이야기다. 그럼에도 개의 속성에 대한 사실적 관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여씨춘추>에는 개들은 평소엔 다투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가도 닭고기를 던져주면 서로 뼈를 부러뜨리고 살이 파일 정도로 다투게 마련이라는 증언이 실려 있다. 개의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면 아무리 사나운 개들일지라도 너끈히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탐욕스러운 본성을 늘 드러내는 것이 아닌 만큼 평소의 모습에 속지 말고 이를 역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통찰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시선으로 견공을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견공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억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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