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수익, 과장 해석과 기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근래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기금수익이 강조되고 있다. 아마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미래 재정불균형이 심화되자 보험료율, 급여 조정 등 제도 개혁만으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일 거다. 본격적인 포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열었다. 지난달 3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의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수행한 재정추계전문위원회도 기금 투자수익률을 기본 가정보다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율을 2%포인트 상쇄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26일에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 방안을 주제로 공청회도 열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천문학적 기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에서 기금수익은 우리가 주목할 주제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연금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여지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금수익에서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는 과장 해석이나 과잉 기대는 곤란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논의에 빠져 정작 우리가 수행해야 할 제도개혁을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수익에 대한 과장 해석을 보자. 일부에서 기금수익이 막대하고 이는 보험료 적립금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기금수익을 감안하면 현세대가 미래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보험료와 기금수익을 합치면 현세대가 상당 부분 재정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금수익이 미래세대 부담을 완화하는 건 사실이다. 여기서 논점은 경감 규모이다. 올해 1월까지 국민연금기금 총 조성액 1220조원은 보험료 수입 743조원과 기금수익 476조원으로 구성된다. 기금수익이 조성액의 40%에 이르고, 누적 수익률이 평균 5.1%에 달하니 기금수익의 효과가 엄청 커 보인다. 그런데 기금수익 모두가 실질적으로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주는 재원은 아니다. 국민연금에서는 보험료가 기금수익을 만들어내듯이, 은퇴 시 급여도 과거 소득을 상향 재평가한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규 수급자의 경우 과거 보험료를 납부하던 시기의 소득 100만원은 이후 가입자 전체의 평균 소득상승을 반영해 은퇴 시에는 200만원으로 재평가된다. 만약 소득대체율이 40%라면 예전 소득 1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을 기준으로 연금액이 80만원으로 책정된다. 결국 기금수익에서 실제 재정안정에 기여하는 몫은 급여 계산에서 해소되는 소득상승분을 넘는 초과수익에 한정된다.

5차 재정계산에서 미래 기금수익률은 평균 4.5%, 임금상승률은 3.7%로 전망된다. 이 가정에 따르면, 미래 기금수익률 4.5% 중 실제 재정안정 기여분은 임금상승률을 넘어선 초과수익 0.8%포인트 정도이다. 국민연금 급여체계를 무시한 과장 논리에 유의하자. 이를 근거로 현세대의 재정 책임 방기를 변명하는 건 더욱 곤란하다.

또 하나의 편향은 국민연금 기금수익에 대한 과잉 기대이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위해 제도 개혁과 기금 역할을 설정해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여기에는 국민연금기금에서 수익률 목표는 정책적으로 상당히 높여 잡을 수 있다는 가정이 담겨 있다. 대체투자, 주식 등 기대수익이 높은 자산으로 기금운용 전략을 짜면 고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은 개인의 여유자금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노후예탁금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적 펀드와 달리 수익성뿐만 아니라 안정성, 공공성, 지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추구하는 공적 연기금이다. 또한 고수익은 고위험을 동반한다. 국민연금기금처럼 장기투자 펀드에서는 고위험도 장기 시야에서 관리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대체투자 등이 좋은 실적으로 올렸더라도 앞으로 계속 그러하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마저 빈약한 상황에서 고수익 추구에 따른 잠재 위험 혹은 실제 손실이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 미래 재정이 불안정한 건 보험료율과 초고령화, 즉 제도와 인구가 원인이지 기금수익이 낮아서가 아니다. 앞으로 수익을 개선하도록 기금운용 역량을 강화해야겠지만 고위험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전략 자체를 바꾸자는 건 국민연금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연금 기금수익에 대한 과장 해석과 과잉 기대, 전자는 진보 일부에서, 후자는 주로 보수에서 등장하는데 현세대의 보험료 책임 의식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같은 방향에 서 있다. 기금수익을 주목하더라도 선을 넘지는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에서 세대 공존을 위한 우리의 책임 몫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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